[영화음악가 열전] 7. 엔니오 모리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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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⑦ 엔니오 모리코네

레오 니콜스·댄 사비오….61년 코미디'일 페데랄레'로 데뷔한 이래 38년간 4백편에 가까운 영화에서 음악을 맡아온 엔니오 모리코네(71)가 클래식을 전공했다는 자존심 때문에 초창기에 썼던 가명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트럼펫 주자의 아들로 태어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합창지휘를 전공한 그는 59년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게이지를 사사하고 이듬해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하는 등 촉망받는 신예였다.

그러나 그는 취미삼아 손댄 영화음악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가명을 던져버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음악가로 나섰다.68년에는 한해동안 20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6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황야의 무법자'(64년)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휘파람 섞인 테마곡은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상징처럼 돼버렸다.이 휘파람 소리의 주인공은 기타리스트 알렉산드로 알렉산드로니.

그는 음악이 화면과 뒤섞여 음악의 존재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영화음악의 규칙을 깨고 푸짐하게 '들려주는' 사운드트랙을 작곡했다. 즐겨 쓰는 악기는 일렉트릭 기타·오보에·팬플루트다. 골든 글로브상 수상작인 '미션'(84년)에서는 '가브리엘의 오보에'에서 흐르는 오보에 선율 뿐만 아니라 합창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교회음악과 인디언 선율이 한데 어우러진 선율을 가리켜 작곡자는'고대 언어로 쓴 현대음악'이라고 말했다.

모리코네의 음악은 유려한 선율을 떠받치는 탄탄한 베이스,그리고 리듬과 화음이 그 속을 꽉채워주는 바로크적 감수성이 특징이다.

'천국의 나날'(78년)'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84년)'시네마 천국'(89년)'시티 오브 조이'(92년)'폭로'(94년)등 수많은 작품 가운데 현악기의 흐느낌이 가슴을 저미게하는'맛달레나'(71년)가 베스트셀러 앨범이다.하지만 할리우드의 미국 텃세에 밀려서인지 아카데미 음악상은 한번도 받지 못했다.

87년 EMI 버진 클래식 레이블로 출시된 더블 앨범'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 1966∼87)에는 엄선된 영화 주제음악이 2시간 가까이 흐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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