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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 PGA 메이저 챔프‘명품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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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3일 스킨스 게임에 출전한 양용은이 1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두 달 전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여기저기서 사인 요청을 받고 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다.”(양용은)

“양용은 프로보다 내가 축하를 더 많이 받았을 거다. 타이거 우즈를 꺾고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둔 주인공이 내 후배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최경주)

두 사나이는 다정한 형제 같았다. 13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스킨스 게임. 두 선수는 이벤트 대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동생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데는 선배의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며 공을 형에게 돌리자 형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내 일처럼 기뻤다”며 후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날 함께 스킨스 게임에 참가한 재미동포 위창수(37)도 동갑내기 동료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위창수는 “양용은의 샷은 2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PGA투어에선 유명한 선수들 옆에만 서도 주눅이 들기 쉬운데 양 프로는 정말 위대한 일을 해냈다”며 “그동안 ‘여자 프로는 잘하는데 남자 프로는 왜 못하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그런 이야기를 안 들어도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경주와 양용은 등은 또 골프가 2016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 대해 “뒤늦은 감이 있다”며 반기는 표정이었다.

최경주는 “그동안 골프가 왜 올림픽 종목이 아닌지 의아했는데 이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니 반갑기 짝이 없다”며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남자 골퍼들이 군에 입대해서도 골프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한국 선수들의 소질에다 군인정신이 합쳐지면 한국에서도 타이거 우즈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양용은도 “골프는 한국의 유력한 메달 종목이 될 것”이라며 “여자는 물론 남자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말란 법이 없다”고 거들었다.

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최경주와 양용은·위창수 등과 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허석호(36)는 이날 오후 자선 스킨스 게임을 통해 샷 대결을 펼쳤다. 전날 프레지던츠컵에서 우즈와의 맞대결을 마치자마자 이날 오전 입국한 양용은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샷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특히 11번 홀(파5)에선 210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투 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잡아냈다. PGA챔피언십 18번 홀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클럽이었다. 그는 또 거리가 219야드나 되는 12번 홀(파3)에선 티샷을 홀 1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로 연결시켜 1600만원의 스킨을 따냈다.

이날 스킨스 게임에선 최경주가 5800만원의 상금을 따내 우승을 차지했고, 위창수가 5000만원, 양용은은 4200만원의 스킨을 획득했다. 선수들은 총상금 1억5000만원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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