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정장 강요 서울버스 '거꾸로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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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건교부가 운전사들의 복장 자율화를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버스운전사에게 양복 정장을 입도록 강요, 운전사들이 반발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지난 27일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1만7천여명의 서울시 버스운전사 전원에게 양복을 입도록 하기 위해 흰색 바탕의 Y셔츠와 자주색 넥타이, 감회색 정장 1벌씩을 나눠주고 있다.

서울시도 제복착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앞으로 근무복 상의를 벗거나 다른 옷을 입는 운전사에게는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근무복 미착용자에 대해 단속을 하지 않았었다.

조합측은 "정부가 추진하는 제2건국운동과 연계, 승객들에게 보다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선진국처럼 운전사가 정장 근무복을 입도록 했다" 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운전사들은 배차간격 준수 등 실제적인 제도 개선보다 획일화된 제복을 입혀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운수 운전사 金모(43)씨는 "냉방 버스율이 80%에도 못미치고 출퇴근 시간에는 만원승객으로 찜통인 판에 양복 정장까지 하라는 건 현실을 무시한 처사" 라고 불평했다.

서울시버스노조지부는 "올해 단체협약에서 현행 근무복을 개선하기 위해 양복 근무복을 입기로 합의했지만 미착용 운전사에게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 주장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올해초 운전사에게 제복을 입히는 것을 규정한 현행 자동차운수사업법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규제개혁 차원에서 이를 자율화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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