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후속인사 어떻게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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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종영 대법원장이 27일 새 대법관 후보 3명을 임명 제청함으로써 인사 패턴의 색채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향후 연쇄적으로 있게 될 고위 법관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대법관 인선은 당초 법원 일각에서 예상했던 대폭적인 '세대교체' 형 개혁인사보다 보수.안정기조를 띠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한 인사적체 등으로 침체된 최근의 법원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사시 8회에서도 대법관이 발탁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사시 5회로 그쳤기 때문.

대법원측이 밝힌 인선 배경도 안정기조를 보여준다. "청렴성과 시대를 향도할 가치관 외에 출신학교.지역.시험횟수별로 안배했다" 고 설명했다.

전체 대법관 14명의 출신지가 ▶영남 5명 ▶호남 3명 ▶서울.경기 2명 ▶이북 2명 ▶충청.강원 각각 1명이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인선은 내년 7월 대법관 6명이 임기만료로 무더기 퇴임하는 점을 고려, 임기 초기에 급격한 인적 개혁보다 조직의 안정과 내실에 치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대법원장이 올 2월 대법관에 임명돼 서열이 최하위인 변재승 대법관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한 것도 본인의 임기 동안 잦은 자리변동 없이 꾸준히 사법개혁 작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시 출신의 법원행정처장 발탁으로 고시 출신 법원장들의 거취가 주목되며 법원 내에선 향후 고위 법관 인사 등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전체 대법관 14명 중 사시 출신이 8명이나 포진했다. 대법관의 경우 통상 한 시험 기수에서 1~3명 정도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2명의 대법관을 배출하게 된 사시 4회 이전 기수는 이제 더 이상 기회를 기다리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원장급에 사시 4회 이상이 12명이나 포진해 있었는데도 2명만 구제하고 사시 5회를 발탁한 것은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더 이상의 역류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 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최대법원장은 과거부터 "후배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선배는 옷을 벗는 게 도리가 아니냐" 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시각에 더욱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장급 자리에 있는 고시 출신 5명.사시 4회 이상 5명 등 10명 가운데 상당수가 용퇴할 경우 사시 8~10회가 대거 일선 법원장을 차지하는 등 대폭적인 연쇄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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