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중 휴대폰 사용때 화재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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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휴대폰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최근 핀란드에 출장을 갔던 회사원 K씨(34)는 현지 주유소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 경고문을 봤다. 귀국후 소방서 등에 주유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위험한지를 문의했지만 "무슨 엉뚱한 질문이냐' 는 답변만 들었다.

K씨는 인터넷과 각종 자료 등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주유 중 휴대폰 통화금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핀란드.벨기에.영국 등의 일부 주유소에선 올해 초부터, 미국.태국.홍콩.대만 등지에서는 지난 7월부터 경고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소.엑슨모빌사 등 외국 정유업체들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칼텍스.셸 등 외국 정유사 관계자들이 주유소 내에서는 이용자와 종업원 모두 휴대폰 전원을 꺼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7일 '일본 석유협회가 주유소 내 휴대폰 사용 금지조치를 추진 중' 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호주.태국.인도네시아에서 '주유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은 뒤 이같은 추세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요 발화 가능성은 휴대폰의 전류나 전자파가 주유 중 급유기에서 기화돼 나오는 가솔린 입자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석유협회는 최근 "화재 발생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확인됐다" 고 밝혔다.

그러나 휴대폰 가입자가 2천만명이 넘는 한국의 주유업계와 관계 당국은 외국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주유소가 휴대폰 사용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석유협회.주유소협회.소비자보호원.휴대폰 제조사 등은 "그런 얘기가 있느냐" 며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정유업체들도 "외신 보도 내용을 접하기는 했지만 연구나 실험을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 말했다.

화재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소방국은 올들어 전국에서 10여건의 주유소 화재가 있었지만 휴대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는 한 건도 없었으며, 위험성이 검토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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