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귀국후 국정구상] 신당 통해 정치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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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외국순방을 마치고 나면 국정운영의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곤 했다.

지난 7월 미국을 다녀와서 재벌개혁을 강조했다.그에 앞서 5월 러시아방문을 마치고는 부패척결을 들고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마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쉽게 문제점이 보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 설명했다. 때문에 金대통령이 이번 순방 이후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관심이다.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金대통령은 앞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란 점에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춰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도 19일 청와대에서 국민회의 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무려 3시간 10분에 걸쳐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그 점을 분명히 했다.

金대통령은 국가경쟁력 제고 방법을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특히 金대통령이 이날 비중을 둔 쪽은 정치개혁이다. 나아가 제도적 개혁도 개혁이지만 새 체제 구축이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

金대통령은 이날 "현재의 국민회의로는 서울.호남 일부를 빼고는 어렵고 영입도 잘 안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정당을 만들면 달라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자민련과의 합당을 희망하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쳤다.

"합당을 하든 따로 공천 (연합공천) 을 하든…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해 내년 선거에서" 라는 표현들이 그것이다. 동시에 金대통령은 "나는 3년반이면 정치를 그만둘 사람이고 정치개혁.경제개혁.한반도 냉전종식 등 세가지를 달성하려는 목적뿐" 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권 관계자는 "국가경쟁력 제고란 구도 속에 정치개혁이란 명분을 내걸고 여당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金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자민련과의 합당이고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金대통령은 이날 "나는 현재로는 (국민회의에) 만족하지 않는다" 며 "수혈을 통해 새 인재들을 합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20일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최규하 (崔圭夏)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고 저녁은 자민련 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먹는다.

金대통령은 국민회의 의원들에게 10만원짜리 상품권 5장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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