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실험의 공로로 이듬해 ‘이그 노벨상(Ig Nobel)’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하찮다는 뜻의 ‘ignoble’과 ‘Nobel’을 합쳐 명명한 이 상은 노벨상에 대한 패러디다. 요컨대 ‘엽기 발랄 노벨상’쯤 될까. 속옷에 묻은 정액 자국을 초록색으로 변하게 만드는 남편 외도 탐지용 스프레이(99년 화학상), 눈감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단체 사진을 얻자면 최소 몇 회 이상 찍어야 하는지 계산한 공식(2006년 수학상), 젖소의 이름을 지어 불러주면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는 걸 보여준 실험(2009년 수의학상) 등 역대 수상작 중엔 웃음을 자아내는 게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해선 곤란하다. 상당수가 전문 학술지에 게재됐던 연구 결과다. 재미있다고 의미가 없는 건 결코 아니란 얘기다.
미국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보(AIR)’가 91년 시작한 이 상은 과학의 본령이 바로 재미임을 일깨워주는 경종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그것 참 재미있네’란 말로 시작된다”(과학저술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거다.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만 해도 그렇다. 그는 뭘 하느냐고 물으면 늘 “미생물을 갖고 논다”고 답하곤 했다. 뭐든 버리지 않고 2, 3주씩 놔둔 채 예상 밖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관찰하는 게 그의 놀이였다. 기적의 치료제 페니실린도 그렇게 놀다가 발견했고 말이다.
노벨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방한했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의 말처럼 재미있게 연구를 하다 보니 노벨상도 타는 것이지 노벨상이 연구의 목표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 차라리 이그 노벨상을 먼저 노려보는 건 어떨까. 너나없이 과학의 재미에 푹 빠지면 혹시 노벨상도 타게 될지 누가 아나.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