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귀족노조'에 대한 노동계의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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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동계 내부에서 노조의 임금투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잇따라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고임금 노동자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기관지 등에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이 실리고 있다. 늦었지만 반가운 현상이다.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은 11.4%에 불과하다.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기업 소속 정규직으로 실직의 위험은 낮고 대우는 훨씬 좋다. 연수입이 7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며 걸핏하면 각목 들고, 머리에 붉은띠 두르고 불법 파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강성 노조들로 인해 한국은 '투자 기피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제조업 공동화와 경기침체.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 근로자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일부 '귀족 노조원' 의 이기심 때문에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그리고 대부분의 근로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신규채용을 줄이고 저임의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노- 노 간 임금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 부담은 다시 중소 하청업체로 몰리면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거나 아예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귀족 노조' 중심의 불합리한 노동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 근로자는 과도한 '내 몫' 요구와 불법.전투적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 국가경제도 생각하고, 모든 근로자가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오고, 공장도 돌아가며, 임금이 올라가고, 노-노 간 격차도 좁혀져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자성의 소리를 계기로 노동운동의 변화와 노동계 혁신을 위한 내부논의가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논의로 낙후된 한국의 노사관계가 한 단계 선진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경영계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