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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FC’ 풀뿌리 축구 역사를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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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천안FC 창립4주년 기념식에 많은 내외빈이 참석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박상돈 국회의원, 안상영 천안FC구단주, 성무용 천안시장, 양승조 국회의원, 김호연 김구재단이사장, 전용학 한국조폐공사사장, 정순평 충남도의원, 구본영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이사장. [천안시 제공]

‘천안FC’가 창단 4주년을 맞았다. 2005년 10월 창단 당시 축구의 불모지였던 천안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일반 조기 축구 수준에서 벗어나 국내의 정식 3부 리그(K3)로 활동하면서 지역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활동을 포기하거나 다른 길에서 방황하던 축구선수들을 다시 영입해 선수 활동을 시키는 또 다른 효과도 가져왔다.

당시 클럽 천안팀과 조기회, 클럽 여성팀, 클럽 유소년팀을 구성하는 등 선진화된 유럽형 축구클럽 문화를 도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사는 짧지만=2005년 10월 초 출범한 천안FC는 법조인·사업가·회사원 등 축구를 사랑하는 천안시민들이 수년간 공을 들인 끝에 탄생했다. 운영위원들 대부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렵게 만든 팀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부터 김상문 유소년 축구교실을 모태로 창단 노력을 폈다. 그런 덕에 천안FC가 K3(3부 리그) 에 진출하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K3가 공식 출범하면서 대학과 실업, 프로팀이 출전하는 FA컵에 출전자격을 얻었고, 도민체전은 물론 전국체전에도 출전할 수 있다. 천안FC 창단에 심혈을 기울였던 초대단장 함덕규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실력 향상에 노력한 결과, 2007년에는 K3 후기리그 우승이라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 천안FC에는 100여 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등록해 축구를 즐기고 있으며, 800여 명의 개미후원단이 이들을 후원한다.

9월 K3 경기에서 천안FC 선수가 상대편 문전을 공격하고 있다. 천안FC는 2007년 후기리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12점 대량 득점=4년여 짧지 않은 기간에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최근 경기에서 벌어진 ‘대량득점 사태’가 인상적이다. 천안FC 선수들은 10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DAUM K3리그 2009’ 28라운드 경기에서 서울FC마르티스를 상대로 12-0으로 대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전후반 합쳐 12점이란 어마어마한 점수를 내면서 스코어카드의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천안시민들은 “다음부터 더 많은 스코어카드를 갖고 있어야겠다”며 농담까지 나누며 기뻐했다. 천안FC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13승 6무 6패를 기록했다.

◆선수관리=천안FC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월급을 주지 못 한다. 그럴 정도로 풍족한 예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만드는 풀뿌리 축구라는 점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대신 많은 선수들에게 직장을 구해준다. 병역을 마친 선수들에게는 지역의 중견 기업체에 일자리를 마련해준다. 특히 많은 선수들에게 병역과 선수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병역특례업체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들은 모두 근무시간외 시간을 할애해 기량을 닦고 있다. 고단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 이른 새벽을 가리지 않고 연습, 좋은 성적으로 후원인·시민들에게 보답한다.

◆지역과의 소통=축구를 통한 교육적 기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천안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했다. 성무용 천안시장도 이런 뜻을 함께 하기 위해 명예 구단주 위촉에 흔쾌히 수락했다.



"시민 모두 사랑하는 구단으로”
안창영 천안FC 구단주

천안FC를 이끌고 있는 안창영 구단주(48)로부터 소회와 포부 등을 들어봤다.

-창단 4년을 맞은 소감은.

“감개무량하다는 말이 우선 떠오른다. 사실 즐거운 날보다 힘든날이 많았던 것 같다. 매 시즌 경기, 동계훈련, 선수 선발 등. 하나 하나가 힘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4돌을 맞으니 어려웠던 기억이 싹 지워지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짧게는 올해의 우승이고, 길게는 천안 시민이 사랑하는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관(官)이나 큰 기업이 주가 되는 구단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구성원·후원인·선수로 뛰는 순수한 시민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풀뿌리 축구팀의 롤 모델을 만들어보겠다”

-후원인들에게 한마디.

“개미후원단이라 불리는 후원인이 800여 명 정도 된다. 후원인들은 매달 1만원 후원금을 내고 있다. 7월 18일엔 태조산공원에서 500명이 참석하는 후원의 밤도 열었죠. 이들의 믿음과 성원이 있었기에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이겨내고 현재에 이른 것이다. 시나 축구협회, 모든 구성원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개미 후원단이 자랑스럽다. 이들이 우리의 버팀목이 돼 줬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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