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드라마 '女高男低'-여자탤런트들이 주연 독차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요즘 TV 드라마의 특징은 단연 여성파워가 강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역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이야기의 중심에 여성이 서있는 경우도 많다.

SBS의 수목 드라마 '퀸' 은 한 직장의 여성 동료 네 명의 이야기이며 20일부터 시작하는 KBS 월화 드라마 '초대' 도 초등학교 동창생인 여성 세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또 여성 기업가의 인생역정을 담은 MBC 월화 드라마 '국희' 나 한 여고생이 교사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MBC 주말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 , 한 가정의 딸 네 명이 펼치는 사랑 이야기인 SBS 월화 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 등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지어 전형적인 남성 중심 드라마인 사극 '왕과 비' 조차 최근에는 대비들이 격돌을 펼치는 형국이다.

또 최근 막을 내린 MBC '마지막 전쟁' 처럼 드라마 속 여성의 활동이나 발언권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경향도 보인다.

◇ 남성스타가 사라졌다 = 최근들어 브라운관에서 스타급 남성 연기자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특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젊은 스타는 더더욱 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활동 중인 정상급 남성 스타는 안재욱.손창민.차승원.유동근 정도다.

그나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이병헌은 군에 입대한 상황. 남성 스타들이 영화계로 대거 진출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석규를 비롯, 최민식.최민수. 신현준.박신양. 이성재 등은 브라운관을 통해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영화에 전념하고 있다.

여기에 '인기 보증수표' 라는 배용준도 영화에 출연할 계획인 탓에 드라마의 '남성 갈증'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KBS 최상식 드라마국장은 "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광끼' '학교Ⅱ' 등의 드라마와 공개 오디션 등을 통해 남성 연기자를 발굴해나갈 방침" 이라고 설명한다.

◇ '신세대' 여성 작가군의 등장 = 최근 드라마계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 60년대 이후에 태어나 여성으로서의 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작품도 페미니즘의 관점이 묻어나오거나 여성이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많다.

'달팽이' 의 송지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의 주찬옥을 선두로 하는 이들 신세대 작가군은 현재 '거짓말' 의 노희경, '마지막 전쟁' 의 박예랑, '국희' 의 정성희, '해피 투게더' 의 배유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 여권의 상승 = "여성의 사회적 힘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드라마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려다 보니 여성 주인공도 많고 극 중 여성의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요. " MBC 박복만 책임 프로듀서의 이야기다.

활동적인 여성이 등장하거나 가정 내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잡는 내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퀸' 의 공영화 책임 프로듀서는 "95년 오현경.신애라.임상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야망의 불꽃' 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의 '퀸' 은 직장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고 말한다.

◇ 여성 시청자를 신경써야 = 드라마의 주시청자는 아무래도 여성이다. 당연히 시청자의 욕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제작진으로서는 이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의 기획을 하게 된다.

여성의 눈길을 끄는 남성 스타를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쪽이라는 것. 최상식 국장은 "최근들어 여성에게 대리만족감을 주거나 그들에게 친근한 내용을 기획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추세는 일시적인 것이며 곧 남성적인 경향의 드라마도 등장할 것" 이라고 얘기했다.

문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