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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파동 전국 확산…대전.광주등서도 횡령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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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 투자금을 당장 내놓아라" "내 인생이 걸린 퇴직금인데…" . 14일 오후 3시쯤 부산시 부산진구 C파이낸스 서면 지점. 투자자 10여명이 몰려와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며 항의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야, 이 도둑×들아" 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 등 흥분상태였다.

부산 시내 10여개 파이낸스사 모두에 수백명 이상이 몰려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직원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고객도 있었다.

이는 부산시 파이낸스협회가 14일 투자금의 중도환매 중단을 선언한 데 따른 파동이다.

협회는 "투자금 상환요청으로 투자사업과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돼 당분간 중도환매를 중단한다" 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梁在爀) 회장 구속 여파로 파이낸스 업계와 고객의 동요가 심각해지자 대규모 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협회에는 11개 대형 파이낸스사가 소속돼 있다.

◇ 부산.경남 = 부산.경남지역 금융권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권 파이낸스사에 묶인 돈은 1조원 수준이며 투자자도 5만~6만명에 이르러 큰 파장이 예상된다.

11개사가 이중 80% 정도의 금액을 차지하고 있다.

14일 오전 10시쯤엔 부산지역 업계 5위권인 청구파이낸스 부산 8개 영업점 (본점 제외) 등 전국 35개 영업점이 일제히 문을 닫고 직원들도 잠적했다.

청구는 최근 하루평균 20억원 정도의 일시상환 요구가 몰려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3천여명에 수신고는 1천여억원에 이른다.

직원수 (1천2백여명) 로 치면 전국 최대 파이낸스사에 해당한다.

경찰은 14일 계열사인 청구상사 강봉수 (35) 전무를 소환조사하는 등 본격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잠적한 청구상사그룹 김석원 (金錫元.36) 회장.청구파이낸스 김석인 (金錫仁.33) 대표 등에 대한 출국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부산지역에는 협회 소속 11개 업체 외에 자본금 5천만~2억원에 불과한 사채업자 수준의 파이낸스 업체 1백여개가 난립해 있다.

여기에 유사 파이낸스 업체를 합치면 전체 파이낸스 업체 수는 4백여개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올들어 부산에서는 서진 등 9개사가 부도를 내 3천5백여명이 3백40여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 대전 = 대전 서부경찰서는 14일 파이낸스 지사장을 감금, 협박한 혐의로 朴모 (33.회사원) 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13일 오후 8시쯤 대전시 K여관에서 한울투자캐피탈 대전 지사장 尹모 (46) 씨에게 朴씨의 선배 金모 (38) 씨가 투자한 돈 2천7백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다.

◇ 광주 = 한울투자캐피탈 광주 본사 대표 주모 (50) 씨 등 간부 3명이 지난 7일 투자자들이 맡긴 자금 3억원을 가로채 달아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 포항 = 포항 고려투자컨설팅 대표 김두만 (32) 씨가 고객돈 20여억원을 끌어들인 뒤 잠적해 경찰이 14일 수사에 나섰다.

김관종.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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