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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써니리] 중국서 사장으로 장수하는 비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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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판매 목표는 50만대입니다."

노재만 사장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돌풍을 몰고 있다는 것은 무림의 헛소문이 아닌 사실이었다. 그래도 떠볼 겸 젊은 검법사는 "50만대란 숫자는 희망사항입니까 아니면 실현가능한 숫자입니까?"라고 급소를 찌르자, 그는 "그건 될 것 같아요"라는 부드러운 대답과 함께 "왜냐하면..."이라는 설명으로 바로 들어갔다.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다.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는 고수였다.

사실 그가 이끄는 베이징현대는 올해 상반기에만 기록적인 판매량 25만7003대를 달성하였다. 하반기에 세계경기가 회복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고, 중국의 차시장은 하반기에 수요가 계절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다. 목표에 무리가 없는 것이다. 나머지 하반기에도 그만큼만 팔면 그가 말한 50만 목표는 무난한 것이다. 이럴 땐 정말 '사장할 맛'이 생기겠구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 외신기자로 일할 때, '현대자동차'는 '삼성'과 함께 미국인 고참 기자가 '한국기업'이라고 알아주는 딱 두 개의 회사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몇차례 노재만 사장을 방문하여 꼬치꼬치 영업실적, 판매량, 내년도 전망 등 기업의 '핵심자료' 등을 열심히 파악하려 했었다.

숫자가 들어가는 경제기사는 딱딱하게 보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숫자가 동시에 경제기사의 생명이다. 숫자는 치열한 기업간의 경쟁을 보여주고, 견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시 인터뷰를 하다가 노재만 사장이 베이징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되는 차량 말고, 한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베라크루즈'를 완전 수입품으로 중국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그것이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에서 차 시장은 치열하다.

그가 살아남은 비결

베 이징현대는 상반기를 중국시장 4위위 성적으로 마감했다. 앞에 서있는 차종은 폭스바겐 두개, 상하이GM 등 중국시장에 베이징현대보다 훨씬 일찍 진출한 회사들이다. "자동차가 잘 팔리려면 품질, 인지도, 그리고 유통채널이 좋아야 합니다. 폭스바겐과 상하이GM은 중국에 진출한지 오래되어 유통채널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라고 그는 앞으로 주력할 점을 시사하였다. 베이징현대를 7년째 이끌고 있는 그는 어떻게 그렇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현대자동차는 1987년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였다. 자동차 성능을 평가하는 JD Power, Consumer Report에 의해 1990년대 초반 33개 회사중에 성적이 30위였다. "품질이 그정도 였어요" 노재만 사장은 과거를 숨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1999년부터 품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인상이 심어지고 시작했고, 2004년 미국시장에서 톱 5에 처음 들어갔으며, 2009년 성능 조사에서는 전체 미국에 진출해있는 34회사 중에서 4위로 껑충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앞선 것은 렉서스, 포르쉐 등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고급차종뿐이었다.

"토요타, 혼다도 다 우리 뒤로 밀렸어요. 미국시장에서 이제 품질은 됐다고 JD Power에 의해서 알아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품질향상을 브랜드가치로 연결시키고 그것을 다시 판매실적으로 이룩하는 그 연결과정이다.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 예를 들어, 컨슈머리포트紙는 고객이 1년 정도 자동차를 써본 것을 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근래에 현대는 소비자들에 의해 '추천차'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브랜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품질향상에서 브랜드 인식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다시 소비자 구매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방면에서 현대가 토요타를 동등한 위치에 오르려면 한 5년은 걸릴 것이다고 노재만 사장은 내다봤다. "그때는 브랜드 가치가 비슷해질 거에요. 그리고 다시 그것이 구매로 연결되려면 다시 2,3년 걸릴 것이고. 지금은 현대를 성능좋고 싸니까 사지만, 5년 후에는 현대차가 일제와 비슷한 가격이라도 '한 번 사보자'라고 할 것입니다"라고 그는 자신감을 토했다.

살아남은 자의 성공 리더쉽

언론에서 노재만 사장은 '장수하는 사장'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벌써 베이징현대를 이끈지 7년인데도 그는 '끄덕'없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회사경영에 있어서 그는 정보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중국인, 한국인 직원 사이에 차별이 없다. 정보의 혼선이, 혹은 정보의 부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근원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믿어요. 팩트를 양자가 정확히 고유하지 않으면 양자 간에 한 문제에 대한 이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어요. 그때 오해가 생기는 거지요. 있다. 우리는 한국직원, 중국직원을 불문하고 팩트를 정학하게 설명해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때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라는 회사를 통해 중국에서 수익을 빼내간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그것이 중국언론에서도 나온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것이 중국직원 내부에서 돌기 시작했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통제가 불가능하면 외국에 진출한 기업으로서 현지 직원과의 융합과 현지국민들의 정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루머였다.

마침 그때 이에 관한 기사를 썼던 한 중국 신문의 기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왔다.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했다. "그 기자한테 모비스라는 회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그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어 그의 오해를 풀었습니다." 그는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이렇게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철학이 중요하다고 했다.

'관시'로 비즈니스 하지 않았다.

중국에 오면 듣는 '철학'중의 하나가 '관시의 철학'이다. 노재만 사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이 틀렸다. "나는 꽌시로 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일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도 외자 기업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틀립니다." 대신 그는 지역사회의 공익사업에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쓰츠안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다음날 바로 지원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사막화 방지에도 열심히 일조를 하고 있다.

그는 또한 찾아오는 중국인 기자들에게 소위 '홍바오' (취재 사례비)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앞뒤가 꽉막힌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는 아니었다. 먼 지역에서 기자가 취재를 오면 교통비를 주었다. 그는 이렇게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상황에 맞는 융통성을 잃지 않았다. 비즈니스하면 술 자리에도 많이 참석해야 하는데 하고 운을 떼자, "술 안마시고 비즈니스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판매부서는 대리점과 협력관계를 조성하려면 인간관계 면에서 필요한 것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술을 '조금' 좋아하는 편이라고 고백하였다.

중국에 대한 지혜 중요.

그는 중국을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한국은 신상품이 나오면 홍보하는 것 빠르게 진행된다. "시장이 좁고, 폭이 좁아요. 전체 에너지가 작아요. 중국은 시장이 크고, 높은 급을 원하는 사람, 낮은 급을 원하는 사람이 다양합니다. 이러한 판단이 중요해요." 한국에서는 신 모델이 나오면 구모델이 빠르게 다 교체되는데, 베이징현대는 엘란트라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구모델도 폐기하지 않고 동시공략을 추진 했다. 중국의 이러한 혼재된 시장을 간파한 전략이다.

또한 그는 중국 정부의 정책의 방향을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000명당 380명 자가용을 소유하고잇다. 중국은 아직 채 30명이 안된다. 시장의 잠재력이 포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맞춰 정부정책이 발빠르게 나오고 있다. 그것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경쟁사들도 아는 것이다. 노재만 사장은 현대의 장점을 "집행이 빨리 돼요. 결정속도가 빠르죠"라고 대답하였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글로벌시장에서 중국이 기여하는 것이 15%정도다. 시장 전망이 앞으로 크다. 금년엔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미국보다 커질 것 같다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그래서 그는 금년 판매 목표를 50만대, 내년엔 60만대를 잡고 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지역 판매구조 도표가 벽에 걸려 있다. 보면 어느 지역에서 잘 팔리는 가, 아닌가가 한 눈에 다른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 그는 현대차의 질주로 이 지도의 색깔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의 책상에서 고개만 들면, 이 지도가 보이게끔 되어 있는 그의 목표가 들어난 말이다. 베이징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오랫동안 장수하고 있는 그에게 '장수는 언제까지 갑니까?'하자 "시장을 다 석권할 때 까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유기고가 써니리=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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