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29.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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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완수 학교' 의 연구자들은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문적 수준으로 고양시키기 위해 가헌 (嘉軒) 최완수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는 간송미술관의 식구들이다.

그래서 간송 선생이 일제 시대와 미 군정 시기의 인멸과 유출로부터 지켜온 소중한 우리 문화재, 그리고 가헌 선생이 이에 대한 평생의 연구를 통해 수립한 우리 문화사에 대한 주체적.자존적이고 독자적인 학문 세계가 이 학교의 터와 씨앗을 이룬다.

이들은 이러한 주체적 자존의식의 전통을 각자의 다양한 영역으로 자유롭게 내면화시켜 실천하고자 하는 문화적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학교는 남의 틀로 우리를 보지 않고 우리의 기준으로 우리를 보는 '시각의 주권' 을 가장 중시한다.

가령 조선 후기에 진경산수화와 풍속화로 대표되는 민족문화가 발달한 이유를 당시의 조선 성리학자들이 외세의 패권적 억압에 대응하기 위해서 조선에 대한 자존적 주체의식을 고양시키면서도 중국과 서양까지 선별적으로 수용하며 소화해낸 폭넓은 역량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이는 통상 실학론자들이 조선 후기 사료를 자의적으로 선택한 뒤 서구 근대화론의 틀로 편향되게 읽어왔던 것과 다른, 이들만의 학문적 체계이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조선 후기 선학들의 이러한 문제의식이 지금과 맞닿아 있는 지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지구적 단일 체제로의 변화라는 또다른 패권적 미래상 앞에서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주체적으로 읽고 가꿀 수 있는 자존적 자의식의 의미를 각자의 실존적 차원에서 되새기며 실천해 가고자 한다.

강관식 <한성대 교수.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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