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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 열전] 4. 니노 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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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59년) ,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 (68년) , 트럼펫 선율이 흐르는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대부' 의 음악을 맡은 니노 로타 (1911~79) .그는 온갖 사조의 아방가르드 음악이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을 무렵, 보수적인 음악을 고집하면서 조용하게 살아온 작곡가다.

밀라노 태생인 그가 11세때 오라토리오, 14세때 뮤지컬을 작곡했고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을 거쳐 밀라노 대학에서 중세 음악이론가 자를리노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가 젊었을 때 존경했던 작곡가는 러시아 출신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그의 예상대로 스트라빈스키는 '타임' 지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로 선정할 정도로 음악적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로타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들과는 달리 유달리 선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선율이란 음악에서 시대를 초월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에도 20세기 들어와서는 왜곡되고 일그러진 '선율' 만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무척 안타까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음악은 자발적이고 즉각적인 감정 표현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영화음악에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테마곡을 장면에 따라 다양한 리듬과 편곡으로 풀어놓는 수법을 사용했다.

루이지 잠파 감독의 '평화에 산다' (47년) 로 영화음악계에 데뷔한 그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과 명콤비를 이뤄 '길' (54년) '달콤한 생활' (60년) '8과 1/2' (63년) '영혼의 줄리에타' (65년) '대부' (72년) '카사노바' (76년) 등의 음악을 맡았다.

이밖에도 '전쟁과 평화' (55년) '오케스트라 리허설' (78년) 등이 그의 작품. 78년 브뤼셀에서 초연된 모리스 베자르 안무의 발레 '시인의 사랑' 에서도 로타가 음악을 맡았다.

리카르도 무티 지휘의 라스칼라필하모닉이 2종의 CD로 내놓은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 (소니 클래시컬)에는 영화 편집과정에서 잘려나간 스코어를 충실하게 복원한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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