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회장님'들의 모교…진주 지수초등교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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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지수초등학교는 고인 (故人) 이 된 이병철 (李秉喆) 삼성그룹. 구인회 (具仁會) LG그룹. 조홍제 (趙洪濟) 효성그룹 창업주들이 다닌 모교다.

지수초등학교가 학생수 부족으로 주변 다른 학교에 통.폐합될 위기에 놓이자 동문들이 학교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1921년 개교한 지수초등학교가 배출한 4천2백여명의 졸업생 중에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거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구인회.조홍제 회장은 1회, 이병철 회장은 2회 졸업생이다.

趙회장은 고향이 경남 함안, 李회장의 고향은 경남 의령이었지만 집 부근에 초등학교가 없어 이 학교에 다녔고 具회장은 진주가 고향이다.

때문에 具회장의 집안에는 지수초등학교 동문이 많다.

具회장의 동생으로 전 공화당 정책위원장을 지냈던 구태회 (具泰會.76) LG그룹 창업고문은 12회, 구자경 (具滋暻.74) LG그룹 명예회장은 14회 졸업생이다.

또 허정구 (許鼎九.88) 삼양통상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은 4회, 허준구 (許準九.76) LG전선 명예회장은 14회, 보람은행장을 지낸 구자정 (具滋正.59) 하나증권 회장은 28회 졸업생이다.

'거물' 경제인을 상당수 키워낸 학교가 내년 3월 통.폐합 위기에 놓인 것은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예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학생수 1백명 이하의 초등학교는 주변 학교와 통. 폐합키로 결정하자 지수초등학교는 2.5㎞ 떨어진 송정초등학교에 합쳐질 운명에 놓였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LG 具명예회장이 지난 7월 사재 11억원을 출연, 학교 운동장 한켠에 연건평 2백57평 규모의 체육관. 급식소 등의 다목적 건물 신축공사를 진행중이다.

이어 졸업생 3백여명은 처음으로 지난달 학교에서 총동문회를 열고 학교 발전기금 3천여만원을 모았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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