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컴퓨터 빈부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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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네트의 실패'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인종.수입.교육.주거지역에 따라 정보불평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수입이 1만5천~3만5천달러인 백인가정의 33%가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흑인가정은 19%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지난 94년에 비해 1.6배나 커진 것이다.

인터넷 접속 가능성에선 흑인.중남미계는 백인의 5분의2에 불과하다.

또 대학 졸업자는 초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컴퓨터 소유비율은 8배, 인터넷 접속 가능성은 16배나 높다.

상무부 보고서는 "디지털 불평등이 인종.계층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조치가 시급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 양극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빈부격차는 정보획득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거대한 정보망이 구축돼 있지만 컴퓨터를 갖지 못한 계층은 소외돼 있다.

미국에서 연간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의 8할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연간소득 3만달러 이하 가구는 25%만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정보의 빈부격차는 국가간에도 존재한다.

유엔개발계획 (UNDP) 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터넷이 국가간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사용이 잘 사는 나라에만 국한돼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를 격리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예로 세계 인구의 19%를 차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이 인터넷 전체 사용의 91%를 차지하고 있음을 들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정보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실은 어떤가.

4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초등학교는 펜티엄급인 데 반해 비 (非) 강남 초등학교는 '무늬만' 컴퓨터인 386급이 대부분이다.

정보통신부는 국민 정보화계획에 따라 다음달부터 1백만원대 '국민PC' 를 보급한다.

하지만 국민PC 보급이 컴퓨터 보유대수는 늘릴지 몰라도 컴퓨터 사용에서 계층간 불평등은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컴퓨터 빈부격차를 해소할 방법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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