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3호 발사의미] 산골서도 초고속 인터넷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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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할 무궁화위성 3호는 우리나라가 '정보 대국' 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궁화 3호는 연료를 포함한 중량이 2천8백㎏, 길이 19.2m (태양전지판을 펼칠 경우) 로 총 33개의 중계기를 갖고 있는 최첨단 대형 통신.방송위성이다.

특히 위성방송 채널을 최대 1백68개까지 늘릴 수 있다.

한국통신은 오는 2002년 월드컵을 이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함으로써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 기술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무궁화 3호는 농어촌.산간 오지에서도 지름 50㎝ 정도의 원형 안테나와 간단한 수신장비만 있으면 저렴한 요금으로 고속.고품질의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 범위도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지역 전체로 확대된다.

최근 국내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외국 위성방송업체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등 동남아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위성 중계방송 서비스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궁화위성 3호를 쏘아올렸지만 정작 위성방송은 없는' 파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발사된 무궁화 1, 2호도 위성방송이 이뤄지지 않아 수천억원대의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위성방송 정상화에 대한 당국의 의지와 여야간 조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통합방송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간 입장차로 통합방송법이 지난 5년 동안 지연되면서 위성방송이 큰 피해를 본 것이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는 즉시 위성방송을 시작한다는 법적 근거는 마련했으나 막상 법 자체가 국회에서 공전하는 동안 위성방송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위성방송 참여를 준비했던 대기업들도 속속 이탈해 실제로 관련법이 통과돼도 위성방송이 제대로 뿌리내릴지 우려스럽다.

현재 위성방송에 가장 적극적인 데이콤의 위성방송 자회사 DSM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 손잡고 공동 투자를 하겠다는 기본적인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제정의 지연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DSM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통합 위성방송 운영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동남아지역에 이미 아성을 구축한 홍콩계 스타TV와 일본 NHK 등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이번에도 통합방송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하루 1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성방송 관계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위성방송만이라도 따로 떼어 특별법 형태로 통과시켜 줄 것을 절실히 요구 중이다.

현재 한반도 인근 상공에는 4백~5백개의 외국위성 채널이 방송 중이어서 국내 위성방송은 더 이상 방치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민호.박정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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