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화내역 수사기관 조회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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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개인들의 이동전화 통화내역이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어 사생활 보호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2일 SK텔레콤 춘천지점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까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접수받은 통화내역 제공 협조문서가 모두 2백90건에 달했다는 것. 문서 1건당 1~2명에서 많게는 1백여명의 통화정보를 알려주는 등 모두 1천명의 통화내역을 제공했다.

또 한국통신프리텔 (016) 의 경우도 이 기간 1백50여건에 4백여명의 통화내역을 제공하는 등 각 수사기관이 전화국과 이동통신업체에서 1만여명의 통화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사당국은 법원의 허가 없이 업무협조 명목으로 통화내역을 요청하고 업체도 자세한 정보요청 사유를 확인치 않고 이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경찰청과 H경찰서의 경우 지난 8월 17일 사건명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26개 무선전화 통신내역과 11개 이동전화 통화내역 공개를 요구, 입수했다.

'수사시 필요사실을 조회할 수 있다' 는 형사소송법이 근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사상 중대한 문제점이 없는 한 ▶수사대상 범죄명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등을 명시하도록 한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감청업무 처리지침' 이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강원대 법학부 윤용규 (尹龍奎) 교수는 "개인 통신정보가 요청사유도 명확하지 않은 수사용도로 유출되는 것은 문제" 라며 "사건과 무관한 사람의 통신정보를 입수한 것이 드러날 경우 수사당국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추적처럼 일일이 법원의 영장을 받는 것은 시간적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업무협조 형태로 통화내역을 요청하고 있다" 고 밝혔다.

춘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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