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 신더그룹 새사장에 허차오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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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도박의 메카 마카오. 그 현란한 밤을 지배 (?) 하는 카지노의 대부 (代父) 스탠리 허 (78)가 최근 자신의 4녀 허차오충 (何超瓊.36)에게 밤의 지배권을 넘겨줬다.

스탠리 허는 96년 한해 9개 카지노에서 45억 홍콩달러 (6천8백억원 상당) 를 벌었다.

그가 내는 세금이 마카오 세수 (稅收) 의 절반. 45만 마카오 주민 4분의1이 그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생계를 꾸려간다.

80세 은퇴를 공언해온 何의 신더 (信德) 그룹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그룹의 새 사장에 허차오충을 선임했다.

아버지가 여전히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룹의 일을 대부분 딸에게 넘겼다.

스탠리 허는 두 가지 일에만 매달리기로 했다고 회사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마카오가 12월 중국에 반환되더라도 ▶신더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2년으로 끝나는 마카오의 경영독점권을 재차 보장받기 위한 기초작업이 바로 그것.

미모의 허차오충은 '도왕 (賭王)' 으로 불린 아버지 못지않은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다.

차갑게 느껴지는 엷은 미소 속에 내비치는 자신감,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모습. 그녀에게선 프로냄새가 난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그녀는 何가 두번째 부인 란충잉 (藍瓊纓) 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번째 딸. 큰 아들 내외가 석연치 않은 차량사고로 숨지는 등 테러의 공포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何의 배려 때문에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었다.

지난 91년 홍콩선박업계의 갑부인 쉬진헝 (許晋亨) 과 결혼하며 3일 낮, 3일 밤의 대연회를 벌여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선사업가 등으로 활동하다 95년 1월부터 신더그룹의 이사가 됐다.

지난 4년반 동안 경쟁 선박회사 합병, 직원해고 등을 서슴없이 해치우는 대범함과 냉정함을 과시했다.

40년대부터 아버지가 일구었던 何씨 가문의 '마카오 제국' 을 허차오충이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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