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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역사' 교과서, 도쿄 공립교서 교재로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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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26일 도내 하쿠오(白鷗)고교와 다이토(台東)중학이 통합해 내년 4월 개교하는 첫번째 중.고 과정 통합학교의 중학교 1학년(160명) 역사교재로 후소샤(扶桑社)가 발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이 교과서는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들었다. 6명의 위원 중 5명이 후소샤 교재를 지지했다.

장애인 학교 등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가 '새역모'의 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지난해 에히메(愛媛)현의 중고일관교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새역모'의 역사교과서는 난징(南京)학살, 조선인 강제연행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해 2001년 외교적 파문을 일으켰다. 내년도 개정판에는 2001년 모호하게나마 잘못을 인정했던 난징학살과 조선인.위안부 강제연행 부분을 아예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의 영향권 안에 있는 도쿄도 교육위원회 소관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내년 8월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2006~2009년도 교과서 채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사무국장은 "최근 자민당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를 틈타 '새역모'교과서 전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2001년에는 근소한 차이로 후소샤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역모'교과서는 2001년 학부모.시민단체 등의 반대운동으로 전국 1만1191개 공.사립교 중 특수학교를 포함한 11개 학교만이 채택했었다. 학생수 기준으로는 채택률이 0.039%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역모'는 최근 내년에는 채택률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호언해 왔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는 4년에 한번씩 채택심사를 하며 각 지자체의 시.구 단위 교육위원회가 결정 권한을 갖는다.

한편 76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새역모 교과서 저지 도쿄네트워크'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개탄스러운 움직임에 맞서 전국적인 시민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일본 도쿄(東京)도 교육위원회가 자국 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있는 '후소샤'교과서를 채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봉길 대변인은 "이 같은 행위는 젊은 세대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으며, 나아가 과거의 반성 위에 진정한 선린우호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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