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DJ 총선구상] 검증된 인물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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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16대 총선 필승 구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의 운명을 좌우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여권이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선 한 석이 아쉬운 상태" 라고 절박한 심경을 표현했다. 이에 따라 영남 등 취약지역은 물론 강세지역인 호남.수도권에도 전문성. 개혁성을 갖춘 청와대 비서진과 행정부 장.차관, 득표력 있고 참신한 언론계. 문화계 인사 등 인재군을 대거 배치해 신당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될 경우 기존 정치권 세력의 반발 등도 거셀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 총동원령 배경 = 내년 총선에서의 당락 여부는 후보 개인의 득표력과 경력 등 경쟁력이 관건이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야당 시절과 달리 현장에서 지원유세를 할 수 없는 데다 전통적인 지지자들마저 후보가 객관적인 기준에 미달할 경우 표를 주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확실하게 능력이 검증된 인물들은 청와대 참모와 행정부 장.차관 등이다.

따라서 이들의 총선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여당이 야당에 비교우위를 갖는 최대의 무기는 우수한 가용인력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 이라고 강조했다.

◇ 배치 전략 = 총동원령의 공략처는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은 선친 (김철 전 사회당 당수) 의 지역구인 동작지역 등 수도권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노동부장관을 지낸 이기호 (李起浩) 경제수석과 진념 (陳稔) 기획예산처장관은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서울 또는 수도권의 근로자 집중거주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 5, 6공 및 김영삼 (金泳三) 정부 출신 인사들 중 정치색이 엷은 테크노크라트의 영입도 적극 모색 중이다.

한승주 (韓昇洲) 전 외무부장관은 金대통령의 '햇볕정책' 이념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인사로 거론된다.

임기 후반기에 韓전장관을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이미 마련돼 있다는 전언이다.

강봉균 (康奉均) 재정경제.김성훈 (金成勳) 농림부장관 등은 호남지역 물갈이에 대비한 대체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은 대구 또는 울진에서 신당의 깃발을 들 대표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정해창 (丁海昌) 씨의 영입 및 김천 출마로 세를 보강한다는 복안. 부산지역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 외에 김기재 (金杞載) 행정자치부장관.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의 '트로이카 체제' 로 신당 바람을 일으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하경.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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