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고전 두편 뮤지컬로 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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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현대화, 혹은 실험과 전위라는 이름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들이 올해 한국 연극 무대에서 이렇게 저렇게 요리되어 관객과 만난 데 이어 가을에는 두 편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11월 11일 호암아트홀에서 막이 오르는 '록 햄릿' 과 11월 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시작되는 '템페스트' (태풍) 이다.

서울뮤지컬컴퍼니가 오랜 기획을 거쳐 내놓을 '록 햄릿' 은 올해만도 벌써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진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 '햄릿' 에서 스토리는 제거하고 에피소드 중심으로만 엮은 작품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극작가 조광화와 '은행나무침대' '유령' 등 영화음악으로 인정받은 작곡가 이동준, 초연 '난타' 의 연출가 전훈, 화끈한 뮤지컬 '하드록카페' 의 안무가 오재익 등 동년배 예술가들의 만남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작품은 과거의 햄릿과는 다르다. 당연히 인물들의 성격이 새롭게 부여됐다. 기성세대에 눌려지내는 햄릿, 본능에 충실한 세기의 미남 레어티즈, 아무 것도 모르는 '또라이' 오필리어 등. 레어티즈와 오필리어의 근친상간으로 둘의 관계를 해석하는 등 파격적이다.

이런 새로운 역할을 위해 캐스팅도 선입견을 뛰어넘어 이루어졌다. 햄릿은 아직 섭외중이고 록가수 신성우가 레어티즈,가수 리아가 오필리어를 각각 맡았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 이루어진 오페레타 풍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로 뽑았다고. 더블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2진 배우들도 같은 기준으로 선발됐다.

"2시간 30분짜리 뮤직비디오" 라는 연출가의 표현대로 기존의 햄릿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형식이 기대된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안무와 5m의 공중점프 등의 공간활용이 기대된다. 02 - 562 - 2600.

서울예술단이 신선희 총감독 취임 후 두번째로 내놓는 대형뮤지컬 '템페스트' 는 화려한 대중스타 대신 뮤지컬 전문배우들을 기용해 안정된 화음을 들여줄 예정.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템페스트' 를 이윤택이 각색.연출하고, 체코의 영화음악가 바르탁이 작곡했다. 태풍의 이미지와 달리 음악은 무척이나 감미롭다. 춤과 노래 중심의 기존 뮤지컬 개념과 달리 배우의 연기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극성강한 텍스트로 짜여져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퍼디넌트 왕자 역에는 남경주, 새의 요정 에어리얼은 이정화, 마법사 프로스페로는 중견 연기자 신구, 알론조 왕은 송용태, 충신 곤잘로는 유희성, 배반자 안토니오는 박철호가 맡는다.

퍼디넌트와 사랑을 나누는 미란다는 아직 미정이지만 서울예술단원 가운데서 고를 계획이다. 02 - 523 - 0987.

원작을 뒤엎은 '햄릿' 과 비교적 원전의 텍스트에 충실한 '템페스트' 의 11월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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