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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50세 이상 부부만 해외여행 허가하던 시절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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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1989년 이전-자유화 전사(前史)

1981년 정부가 해외 진출 확대 방침을 발표한다. 단수여권을 폐지하고 여권에 유효기간을 두면서 1회용 여권이 사라진다. 만 50세 이상에게만 허용됐던 부부 동시 여행의 연령 제한도 철폐한다. 1회용 여권이 사용됐고 부부 동시 여행만 허용됐다는 사실이 지금 와선 새롭다. 아니 놀랍다.

83년 5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해외 관광여행이 허용된다. 부부 동시 여행이란 조건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해외 관광을 하려면 예치금 200만원을 내야 하고 2년 이내 재출국이 제한된다. 이후로 연령 제한은 계속 낮아진다. 87년 50세 이상 기준이 45세로 내려가고, 88년 1월에 40세, 그해 7월 1일부터 30세로 또 내려간다.

1989년 문 열리다

해외여행 자유화 원년이다. 연령 제한이 폐지되면서 전 국민에게 해외여행의 자유가 부여된다. 그때부터 세상이 확 바뀐다. 은행이 해외여행 적금을 만들어 판매하고, 괌으로 허니문을 다녀온 신혼부부의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그해 한국인 159만 명이 외국물을 먹고 돌아온다.

1990년대 배낭여행족의 등장

대학생 배낭여행이 뜬다. 전국일주 무전여행 정도가 피 끓는 청춘이 도전했던 극단의 무용담이었던 시절은 이로써 막을 내린다. 청춘이 사서 하는 고생의 무대는 이제 전 세계로 확장된다. 로마의 벤치에서 새우잠을 자고 프랑스 남부의 농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한국인 젊은이는 여권에 찍히는 도장의 개수를 늘린다. 100개국 넘게 돌아다닌 한국인이 속출한다.

이른바 배낭여행 1세대가 귀국한 뒤로 두 가지가 바뀐다. 하나는 각종 여행서적의 급증. 개인 여행정보를 그러모은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누가 더 죽을 고생을 했나 식의 여행담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하나는 레저 문화의 변화. 배낭여행 1세대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직접 여행사를 차린다. 그맘때 렌터카·펜션·유스호스텔 등의 레저 문화가 시작된다.

2009년 자유화 20년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손님이다. 한국인 해외여행자는 2005년부터 매년 1000만 명을 넘긴다. 한국에 들어와 영업 중인 해외 관광청은 30개가 넘고,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은 관광 입국자 1위를 지키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관광지에서도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지 상인의 어쭙잖은 한국어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초호화 크루즈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어르신도 계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부지 청년도 있다. 세계에서 일식이 가장 잘 관측된다는 오지를 찾아 떠나기도 하고, 해외여행 삼아 외국에서 자원봉사 하는 젊은이도 여럿이다.

옛 통계를 뒤져보니 1961년 한국인 출국자 수는 1만1109명이었다. 덜컥, 세월이 무섭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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