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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기금으로 북한 관광도로 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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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북한 금강산의 관광도로 건설에 31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13.4㎞의 관광도로 포장에 필요한 27억원과 7.5㎞의 기존 포장도로 보수에 쓸 4억원을 협력기금에서 사용하겠다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했다. 금강산 현지의 북측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정부 금강산 본격 지원 신호탄=통일부는 1998년 11월 현대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며 조성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낡았고, 비포장 도로는 관광객에게 불편을 줘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광도로를 우리 국민이 이용하는데다, 관광진흥법(71조)에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게 돼 있어 기금 지원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했다.

이번에 포장할 도로는 온정각~구룡연 구간 4.6㎞와 삼일포~해금강 코스 8.5㎞ 등이다. 또 31.1㎞의 포장구간 중 온정리~금강산호텔 간 2㎞와 온정각~주유소 간 5.5㎞는 보수한다.

현대아산 육재희 상무는 "지난달 말까지 관광객 누계가 71만1200명에 달하고, 이달 4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등 숨통이 트이는 단계에서 지원이 이뤄져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고성항 부두와 관광도로 건설비를 정부가 보전해 달라는 현대아산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2001년 7월 금강산 관광 공동 사업자인 한국관광공사에 900억원을 대출해줬다. 또 2002년에는 215억3000만원의 관광경비를 지원했지만 반대여론에 밀려 9개월 만에 중단했다.

◆ 단순지원 그쳐선 안돼=정부가 금강산 현지의 북한 시설에 처음으로 협력기금을 쏟아붓기로 결정하자 논란도 일고 있다. 북측이 김일성 조문 불허 등을 빌미로 당국 간 대화를 꼬이게 한 상황에 이뤄져 더욱 그렇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교수는 "정부가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협력기금을 쓰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 같고 도로 지원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혈세를 쓰는 만큼 단순 지원이 아닌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낼 전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관광도로 지원 건을 다른 협력기금 지출 건과 섞어 국회에 보고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북측 기구인 개성공단 관리기관의 청사 건립과 운영비로 240억21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한 북측 선수단에 8000만원, 북한의 올림픽 방송 중계에 1억5000만원을 협력기금에서 지출하는 등 273억5100만원 규모의 사용 계획에 끼워넣어 슬쩍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금강산 인프라 지원 결정은 17대 국회 들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체로 금강산을 다녀오는 등 협력기금 사용의 문턱이 낮아진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SOC 분야를 현대아산이 100% 투자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대의 투자 목록을 놓고 추가 지원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조치를 내놓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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