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보여준 한국인 온정 감사' 주한터키 다으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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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진 피해를 본 터키 국민을 돕겠다고 대사관으로 하루 1백여통 가까운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 전화를 받으며 한국인은 참 정이 많은 민족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

한국 생활 3년째인 하릴 다으 주한 터키대사는 요즘처럼 한국이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한다.

17일 발생한 터키 대지진 참사가 전해지자 "어떻게 하면 터키인을 도울 수 있느냐" "대사관에서 구호물품을 접수하느냐" 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같은 요청에 대사관은 20일 국민은행에 터키지진 의연금 계좌 (001 - 01 - 2511 - 411) 를 텄다.

이 계좌를 트기가 무섭게 權모 (사업가) 씨가 1천2백만원을 기탁하는 등 한국인들의 성금이 이어지자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며 눈이 휘둥그래졌다고 한다.

다으 대사는 "한국 정부의 7만달러 지원과 119구조대 파견도 고맙긴 하지만 이름만 들어봤을 뿐인 터키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 국민 개개인에게 훨씬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고 밝혔다.

'한국이 의료팀을 파견했어야 했다'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하자 다으 대사는 "한국 정부는 파견의사를 전달해왔으나 당시는 국제기구 등의 의료지원 사정이 나쁘지 않아 우리가 거절했다" 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일로 한 나라 재앙에 국제적인 지원이 쇄도하는 '지구촌 의식' 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 "한국 정부의 지원 수준이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피해범위가 워낙 커 터키 국민 6천5백만명 중 20%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는 게 다으 대사의 설명. 대사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달 한국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던 무관 가족이 부상해 파견이 연기됐다.

터키 주요 일간지들이 정부의 부실시공과 건축허가 남발을 비난하며 '살인자' 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다으 대사는 일단 동조를 표하면서도 나름대로 해명을 했다.

"지진 다발지역인데도 일본처럼 건물에 내진설계를 왜 안했느냐는 비난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터키는 GNP가 3천달러에 불과하고 만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아닙니다. 어떻게 세계 경제대국과 똑같은 수준의 재해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

이번 지진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은 공업지역인 이즈미트시가 막대한 피해를 본 것. 경제난에 시달리는 터키와 터키 국민이 다시 일어설 기회마저 사라져 버릴까 염려된다는 게 다으 대사의 설명이다.

"저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터키인들을 믿습니다. 이슬람 신자들은 하늘이 내린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인명 피해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면 터키인들은 예전처럼 성실하게 일할 겁니다. "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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