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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임대 ‘보장제’ 분양 … 투자자들 솔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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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 회복이 더딘 부동산 시장에 각종 보장제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업체 측에서 입주 때 일정한 웃돈(프리미엄)을 보장하겠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서울 목동 오목교역 인근에 있는 중앙건설의 양천하이츠 아파트 모델하우스. 2007년 8월 개관 초기 며칠 외에는 거의 2년 동안 문을 닫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런데 두 달여 전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회사가 “프리미엄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내건 이후부터다. 이 회사 주택사업부 공명근 차장은 “두 달 전 60%대였던 계약률이 지금은 90%대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분양시장에 ‘보장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분양받은 아파트가 일정 값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업체가 약속한 금액을 내주든가, 계약을 깨주겠다는 것이다.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투자자에게는 임차인을 구해주거나 수익률을 확실히 챙겨주겠다고 약속하는 형태다.

보장제는 5~6년 전 경기가 나빴을 때 돈이 급한 중소형 업체들이 간간이 선보였다. 그러나 요즘은 메이저 건설회사까지 많이 나서고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아직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다.

◆웃돈 안 붙으면 책임집니다=가장 흔한 게 프리미엄 보장이다. 예컨대 프리미엄 3000만원을 보장했는데 입주 후 시세가 분양가 수준이라면 계약자들은 잔금을 3000만원 덜 내는 식이다. 대우건설이 인천 연수동 주상복합아파트에 프리미엄 보장 조건을 내걸었고 SK건설도 최근 대구 사업장에서 보장마케팅을 활용했다. 대우건설 이승철 분양소장은 “연수동 주상복합은 6월 말 30%였던 계약률이 보장제 실시 3개월 만에 95%로 올랐다”고 말했다.

계약 해제 보장제는 입주 후 시세가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계약자들이 원금에 이자까지 받으면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극동건설이 제주에 지은 오션 스위츠 제주 호텔은 객실을 분양받은 계약자가 원하면 3년 후 투자금을 돌려주는 환불보장제를 내세웠다. 강원도개발공사가 강원도 평창에 조성한 알펜시아 고급빌라도 계약자가 원할 경우 5년 후 원금을 돌려주는 보장형 상품이다.

상가나 오피스텔은 2년간의 임대수익을 건설사가 보장해주는 경우가 많다. 계약자 입장에선 세를 놓지 못하거나 싸게 임대하더라도 미리 약속한 수익률은 챙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 커낼워크 상가 분양에 임대보장 조건을 내걸었다. 2년 동안 매년 분양가의 5%를 회사에서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김준수 이사는 “투자자가 밑질 게 없는 조건이어서 계약률이 많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사-계약자 윈윈?=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을 때 수요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건 미래가치다. 보장마케팅은 이런 불투명성을 없애주는 솔깃한 제안이다. 입주 후 집값이 분양가를 밑돌거나 상가 임차인을 못 구하더라도 건설사가 제시한 조건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회사 입장에선 미분양을 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브릭스에셋 김상태 대표는 “분양시장이 많이 회복됐다지만 아파트나 상가를 파는 건설회사들은 불어나는 금융비용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경우가 많다”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마케팅을 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마케팅으로 분양이 잘되고 나중에 부동산값도 오르면 건설사나 계약자 모두 이익을 얻는다. 풍림산업이 2004년 프리미엄보장제로 분양했던 고양 아파트는 집값이 올라 서로 이득을 취했다. ㈜신영이 2003년 연 8.5% 수익 보전 조건으로 분양했던 서울 수송동의 서비스드레지던스도 대표적 성공 사례다.

위험한 측면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B쇼핑몰은 2006년 임대보장을 내걸고 분양했지만 분양회사 사장이 지난해 잠적해 계약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아파트도 건설회사가 부도 나면 보장조건은 없던 일이 된다. 분양업체인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보장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대형 업체의 상품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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