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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200년 전 김홍도 그림 그대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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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5년 4월 5일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가 4년여 만에 천년 고찰의 모습을 되찾았다(사진 위).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가 1778년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과 관동팔경 지역을 여행하며 그린 ‘낙산사도(洛刪붇圖)’(사진 아래)를 토대로 정밀하게 복원한 낙산사가 6일 공개됐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4년 전 산불로 거의 잿더미가 됐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洛刪붇)가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18세기 작품 ‘낙산사도(洛刪붇圖)’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12일에는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제2차 복원불사 회향법회’도 열려 낙산사의 앞날을 축수한다.

6일 낙산사에서 만난 주지 정념(正念·47) 스님은 4년 전 화재 현장부터 돌이켰다. “당시 바로 눈앞에서 도량이 타는 걸 지켜봤다. 문제는 길이었다. 물은 물길이 있어야 하고, 바람은 바람길이 있어야 한다. 불도 마찬가지다. 너무 촘촘하게 지은 건물과 담에 막혀 불길이 빠져나가질 못하더라. 이번 복원 불사에선 김홍도의 그림과 고증을 거쳐 길이 터지도록 했다.”

지난 산불로 인해 낙산사는 80% 이상이 타버렸다. 낙산사의 심장인 주법당 원통보전도 모조리 잿더미가 됐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불길을 막아준 사천왕문과 7층 석탑만 덩그러니 남았다. 지금은 법당과 당우(법당 외 사찰 건물) 주위에 10여 개의 방수총 등 수막시설을 설치했다. 건물 구석구석마다 소화기와 모래주머니도 비치했다.

낙산사 복원에 든 비용은 약 170억원이다. 정부(88억원)와 낙산사(80억여원)가 비용을 나눠 댔다. 산림 복구비는 양양군에서 맡았다. 정념 스님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천주교, 원불교 등 이웃 종교에서도 많은 성금을 냈다. 이웃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낙산사 복원 불사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낙산사는 그동안 ‘관광지 낙산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지만 옛 모습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워낙 여러 차례 소실된 탓이다. 고려시대인 1231년 몽고 침략 때 낙산사는 모조리 타버렸다. 조선 세조 때 중창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다시 잿더미가 됐다. 구한말에 복원했지만 한국전쟁 때 포격으로 또 소실됐다. 산불이 나기 전의 낙산사도 1950년대에 복원한 모습이었다. 낙산사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산불 후 2년에 걸친 발굴과 고증을 거쳐 ‘김홍도 그림 속의 낙산사’를 복원, 천년 고찰의 모습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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