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정 느꼈어요"인천방송'…희망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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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폭서를 이겨내며 무일푼으로 전국을 순례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매주 수요일 인천방송의 '웃기는 아이들의 희망대장정' (밤9시30분)에서 만나게 된다.

지난 5월말 서울역을 출발한 김성범 (22).엄경천 (21).주세진 (19) 군과 김정윤 (19) 양이 그들. 무전여행을 하며 2천명을 웃겨야 한다는 '특임' 도 부여됐다.

리더격인 김성범 (서울예전 1년 휴학중) 군의 한마디. "먹고 자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겠어요. 장난이 아니어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시작했지만 이틀도 못돼 후회가 밀려들었어요. " 같은 학교 선배지만 나이는 한 살 어린 엄경천군도 거든다.

"지난 80여일 동안 20일은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 못했어요. 노숙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음식이 생기면 무조건 많이 먹게 되요. 언제 굶을지 모르니까요. "

그동안의 여행코스는 대략 서울→ 춘천→ 강릉→ 안동→ 대구→부산. 현재 부산에서 제주행 티켓을 구하려고 아르바이트에 한창이다. 앞으로 호남.충청 지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올 예정. 전단뿌리기.개집청소 등 잡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세상에 '공짜' 란 없는 법이다. 김군의 이어지는 말. "포기도 생각했지만 해온 것이 아까워 그만둘 수 없었어요. 특히 자신감이 크게 붙었어요. 경포대 카페에서 벌인 즉석 개그공연의 반응이 썰렁해 실망이 컸는데 최근엔 부산 용두산 공원에선 4백여명이 몰리는 대성공을 거뒀거든요. 이젠 뭐 새로운 것이 없을까 하는 기대도 생겨요"

엄군은 훈훈한 인정에 눈을 떴다고 한다. "안동의 장애인 복지센터가 기억나요.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는 장애인들이 우리가 떠난다니까 직접 고기를 구워서 입에다 넣어 주더군요. "

두사람은 "힘든 무전여행이었지만 평생 잊지못할 추억거리는 확실하게 만들었다" 며 환히 웃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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