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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착 엽기살인 피의자 14년 만에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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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부녀자 두 명을 살해한 혐의(강도 살인)로 이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9월 서울 광진구 화양동 정모(31·여)씨 집에 침입, 자고 있던 정씨를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다. 그는 금품을 훔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정씨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995년 10월에는 서울 아차산 약수터에서 ‘약수로 세수를 하면 어떡하느냐’며 자신을 나무라던 김모(58·여)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의 범행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지난달 26일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서다. 경찰은 당시 광진구의 한 주택가를 배회하던 이씨를 수상히 여겨 몸수색을 했다. 이씨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를 여러 개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차량에 있던 외장 하드디스크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사진 파일 20여 개가 저장돼 있었다. 이 중에는 2001년 살해된 정씨의 주민등록증 사진 파일도 포함돼 있었다. 수사본부까지 꾸려졌지만 증거 부족으로 미제로 처리됐던 사건이었다. 이에 경찰이 김씨를 집중 추궁했고,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강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시체를 심하게 훼손하는 등 성도착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씨는 공공장소에서 노출을 즐기는 일명 ‘바바리맨’으로 입건된 전과도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롤리타(아동 성학대) 등 하드코어 포르노 동영상 CD 1000여 장과 훔친 여성의 속옷 수십 장, 흉기 여러 점이 발견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차산 부근에서 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성관념이 비뚤어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프로파일링(범죄심리) 조사 결과, 어린 시절 당했던 성추행과 어려운 가정 환경 등으로 이씨에게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사이코’라고 표현한다”며 “여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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