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학력평가 원자료 민간 연구자들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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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조전혁(한나라당) 의원은 5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수능·학업성취도 평가 원자료를 민간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교수·연구원·대학원생들이 연구 목적으로 의원실에 수능·학업성취도 자료를 요구하면 즉각 제공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개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다면 전적으로 내가 지겠다”며 “(연구자들의) 폭넓은 연구가 교육 정책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이 공개하기로 한 자료는 5년간(2005~2009학년도) 대입 수험생의 수능 표준점수와 3년간(2006~2008학년도)의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다. 학교 이름과 개인 신상정보만 지운 사실상 원자료로 교과부가 지난달 말 의원실만 이용하도록 제공했다. 교과부는 당초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열람만 허용했다가 지난달 입장을 바꿨다. 조 의원이 교과부의 방침에 맞서 원자료를 공개하려는 것이다. 그는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활용돼야 할 자료가 ‘평준화’ 논리에 밀려 숨겨지고 있다”며 “교육정책의 과학적·합리적 평가를 위해 원자료를 전면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료가 공개되면 교육정책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자료가 국회의원에게만 공개되면 정치적·이념적 입장에 따른 입맛에 맞는 자료만 사용될 수 있다”며 “민간 연구자들과 원자료를 공유하면 폭넓은 정책평가와 대안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수(교육학과) 이화여대 교수도 “수능 원자료는 학교·지역별 학력을 추적할 수 있어 학력 격차와 교육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 활용가치가 크다” 고 지적했다.

공개 취지와는 달리 학교·지역별 줄 세우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개별 학교와 수험생 이름을 익명화하더라도 재학생 수 등을 통해 학교명을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부 교육단체가 “자료가 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조 의원은 “현실을 감춘다고 서열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학력 격차의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최은옥 학교정책분석과장은 “수능 원자료는 국회의원에게 연구목적으로만 제공한 자료”라며 “일반에 공개되면 악용될 우려가 있어 연구 목적 외로 사용되지 않도록 의원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애·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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