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향우'] 2. 주변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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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중국. 중국 외교부는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靖國) 신사 참배가능성이 거론되자 9일 곧바로 공식성명을 내놓았다.

성명은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에 관계되는 것이며 주변 피해국가의 국민감정을 헤아려야 할 것" 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동남아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 중국과 동남아 = '웃음 속에 감춰진 칼 (笑裏藏刀) - ' .일본은 늘 미소 짓지만 언제라도 칼을 들이댈 수 있는 나라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류장융 (劉將永) 박사는 "일본은 유사시 미국을 대신해 중국의 목을 조를 것" 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력이 아직은 동북아 주둔 미군을 보완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독자적인 방위력 보유는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그 과녁도 옛 소련이 아니라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중국관영 신화사 (新華社) 의 시사주간지 랴오왕 (瞭望) 이 '일본이 유사시 선제공격권을 규정한 것은 평화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아시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목' 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엄호 아래 군사력 강화를 꾀하는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의 반성 없는 군사력 강화는 위험하다" 는 논리로 일본의 발목을 잡아두려는 전략이다.

반면 대만의 총통후보인 천수이볜 (陳水扁) 전 타이베이 (臺北) 시장은 지난달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 당수와 비밀회의를 갖고 "대만과 일본은 한 배를 타고 있다" 고 선언했다.

대만 야당 민진당 린이슝 (林義雄) 당수는 1일 자위대의 해상훈련을 직접 참관했다.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 등 집권 핵심세력은 일본을 미국 못지 않은 친구로 여긴다.

필리핀 외무부도 "일본의 국기.국가제정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는 입장이다.

그러나 태국 탐마사트대의 수라차이 시리크라이 교수는 일본이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수단으로 국기.국가를 지정했다면 현명하지 못한 조치라고 경고했다.

◇ 미국 = 한국.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미국은 과민반응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주일대사 (현 브루킹스연구소장) 는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책임지는 한 일본이 동북아지역 정세에 근본적 변화가 따를 조치를 취하진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나 중국.대만의 갈등으로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일본의 '우향우' 는 주변정세에 따른 결과란 해석인 셈이다.

셀리그 해리슨 센추리재단 선임연구원도 "일본의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이나 미사일 기술개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평화적 목적이란 명분을 앞세워 군사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술역량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동북아에서 일본 만큼 미국의 신뢰를 얻고 있는 나라도 없다" 고 지적했다.

미국내에선 오히려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사회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 = 길정우.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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