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나라 멀었다] 이영수씨의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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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에서는 휴가철에 공무원에게 인사치레로 약간의 돈을 준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단 한푼도 건네본 적이 없지만 사업을 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돈이 없이는 사업이 안된다. 중요한 길목마다 규제의 고비가 겹겹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 골프가방 제조업체인 재이손산업 이영수 (李永守.62) 사장의 경험담이다.

그는 지난 90년부터 중국 칭다오 (靑島)에, 또 지난해 1월부터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현지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李사장은 "세 나라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부패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다" 고 말했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나만 빨리 서둘러 가려는 기업인들의 의식은 뇌물을 낳고, 이에 맛들인 공무원들은 각종 쓸데없는 규제의 관문을 만들어 사회 전체의 도덕성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李사장은 부패와 뇌물의 나라로 우리에게 알려진 중국도 한국보다는 깨끗했다고 실토했다.

재이손산업 중국공장은 출범때부터 기계설비 도입 및 설치과정에서 많은 인허가 업무가 있었으나 담당 공무원들은 원스톱으로 해결해줬다.

물론 돈을 요구한 공무원은 없었다.

문제가 있으면 트집잡기보다는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역시 이 때도 돈을 요구하는 법은 없다는 것. 간혹 친분 있는 공무원의 휴가 때는 일정액의 돈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액수도 적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 를 유지하기 위한 인사치레의 성격이 강해 뇌물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李사장은 말했다.

상거래 관계에서 1백위안 (약 1만5천원) 이상의 결제는 반드시 수표로 하며 현금을 주고받지 않는 제도와 관행도 부패의 소지를 크게 없애고 있다.

방글라데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李사장은 그곳에서 공장을 가동한 지난 1년반 동안 한번도 공직자들에게 돈을 건네거나 요구받은 적이 없다.

방글라데시는 국민의 70%가 문맹이며 절대빈곤층이 워낙 많아 국민들 사이에서 법과 제도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국의 영향을 받은 공직자사회는 직업의식이 투철했고, 제도 역시 부정과 부패가 개입될 여지가 없이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것이 李사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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