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 전문가 제언] '마구잡이 하천개발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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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풍.호우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피해를 예방하고 복구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5년까지 거의 홍수해를 입지 않았던 문산.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은 96년부터 반복적으로 수해를 당해 인재, 특히 '관재' 라는 지적을 받는다.

홍수해 예방 및 복구체계에 문제는 없는지 짚어본다.

◇ 하천유역 개발 사전심의제 도입 = 전문가들은 서울 노원구 일대 중랑천의 범람은 인접 의정부시 도시개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시가 아스팔트.시멘트로 뒤덮이면서 빗물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위 상승과 범람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1천㎡이상 도시를 개발할 때 빗물처리 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계별 하천유역개발 관리시스템이 없어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이를 조정하거나 중재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대규모 개발사업 이전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듯, 하천지역 개발시 사전 심의기구의 심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늑장행정 끝내야 = 우리나라 하천은 ▶국가가 관리하는 직할하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지방.준용하천으로 나뉜다.

수해가 발생하면 직할하천의 경우 복구비 전액을 국고로부터 지원받지만 지방.준용하천은 50%의 지원밖에 받지 못한다.

이번에 범람한 문산천의 경우 파주읍 백석리~문산읍 내포리 구간은 직할하천으로 지정돼 있지만 중.상류지역은 준용하천으로 분리돼 있어 수해가 발생하면 예산집행과 복구시기가 서로 엇갈린다.

실제로 재정이 어려운 파주시는 동문.갈곡.눌로천 공사를 위해 올 3월 1백2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이중 70억원이 삭감돼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동문천도 96년 이후 3년내내 복구작업을 진행하다 또다시 수해를 당했다.

이같은 늑장행정은 수해복구비가 예비비로 잡혀 현장조사와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의결을 거쳐 행정자치.재정경제부와 국무회의 심의, 관련부처 예산배정, 지방자치단체 예산배정 단계를 거치는 등 복잡한 행정체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차제에 하천관리를 일원화하고 관리 주무부처가 수해복구비를 경상비로 확보하는 등 예산집행의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예방대책 및 복구 지원 현실화 = 하천정비 기본계획의 기준이 되는 강우빈도 기준은 87년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급격한 환경.기상변화를 감안할 때 적어도 5년 주기로 빈도기준을 조사해 재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수해예방대책은 건설교통부가, 복구는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자체가 제각각이고 기상청은 아예 재해대책위원회에 참석조차 못하는 등 손발이 따로 논다.

◇ 도움말 주신분 <가나다 순>

▶송재우 (宋在偶) 국립방재연구소장 ▶원인희 (元仁喜) 건설교통부 수자원정책과장 ▶유동훈 (劉東勳) 아주대 교수 ▶윤용남 (尹龍男) 고려대 교수 ▶조원철 (趙元喆) 연세대 교수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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