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창당' 발 빨라진 이회창 총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일 한나라당 당직자회의를 주재하는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표정은 여유가 있었다.

간간이 흐뭇한 미소도 머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긴장 상황이 YS쪽에 더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판단 때문일 것" 이라고 고위 당직자는 전했다.

李총재는 자신의 '민주산악회 (민산) 참여 금지령' 에 따라 5일 이뤄진 당내 PK (부산.경남) 출신 민주계 의원들 모임에 대해 "긍정적 부분도 많다" 고 평가했다.

이런 느긋한 자세는 민주계의 반발이 李총재 생각보다 작아서다.

민주계 모임에서는 李총재를 정면으로 치받기보다 '李총재와 YS의 결속' 을 내걸었다.

이 당직자는 "민주계 모임에서 행동 통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민주계 의원들 내부의 민산 참여에 대한 의견일치가 없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李총재는 일단 YS에 대한 공세를 쉬면서 '제2창당 선언' 으로 당내 정비작업 쪽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제2창당 선언에는 당 개혁.쇄신 방안과 당직 개편, 외부인사 영입이 포함되며 오는 31일 李총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李총재가 제2창당 선언을 3金청산과 자연스레 연결할 계획" 이라며 "3金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21세기형 정치구상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당직 개편은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께 이뤄질 예정이다.

3金정치의 폐해인 '가신.측근정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반 (反) 3金세력을 결집한다는 차원에서 TK 출신의 강재섭 (姜在涉) 의원과 PK 출신의 박관용 (朴寬用) 부총재 등이 사무총장에 거론된다.

또 YS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도 李총재와 손잡고 당 개혁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 영입 문제 역시 기존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보다 전문인 중심으로 대거 영입, '참신성' 을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李총재의 3金정치 극복방안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당 내부에서는 ▶검찰의 집요한 세풍 (稅風) 수사에 대한 李총재의 엉거주춤한 자세 ▶李총재의 논란 많은 포용력 문제 ▶참모진 정비 문제 등을 李총재의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