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파주시 피해 '무분별 개발이 홍수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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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96.98년에 이어 올 집중호우로 경기북부지역의 하천이 범람,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내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홍수를 유발한다'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택지개발시 저류 (貯留) 역할을 하던 산을 깎고 흙을 갈아엎는 바람에 쏟아진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유입돼 우기때마다 홍수를 불러일으켰다" 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범람위기를 맞은 중랑천이 그 대표적인 예. 최근 4~5년간 상류지역인 의정부시에서 진행된 급속한 택지개발로 빗물이 일시에 중랑천으로 몰려들어 하류인 서울 노원.중랑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의정부시의 경우 지난해 입주가 끝난 장암지구 개발 등으로 지난 93년 23만9천여명이던 인구가 올해엔 33만8천여명으로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여기다 2001년이면 금호.송산지구에 5만여명의 인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개발을 하면서 물의 유출량을 계산하고 이를 감당할 저류시설을 준비하는 근본적인 치수개념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하천정비 계획을 세웠지만 이도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의정부시는 지난해부터 2002년까지 중랑천의 홍수빈도를 80년에서 1백년으로 높이고 하천제방 6.8㎞ 구간을 30~70㎝ 더 쌓는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이 없다며 아직 착공조차 않고 있다.

문산천.곡릉천.연풍천 등 상습범람 하천이 있는 파주시도 2004년까지 교하.금촌지구등 인구 7만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이 예정돼있지만 하천정비 계획은 전무하다.

아주대 이재응 (李在應.환경공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우 택지개발시 개발이전 물의 유출량과 개발후 유량을 계산해 그 차이만큼 저류시설을 강제로 만들게 한다" 고 말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인근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이기주의적 개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개발은 해당 하천뿐아니라 수계전반에 걸친 치수안전도에 영향을 미쳐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며 "하천유역 개발시 개발이전 상태로 물 유입량을 줄이거나 총량 규제를 해야한다" 고 말했다.

이와함께 실질적인 재해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1백만평 이상을 개발할 경우를 대상으로 해 사실상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을 큰 폭으로 끌어내려 홍수피해의 위험성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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