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카디널 '이집트學 시리즈' 세권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강물의 범람이야말로 재앙이 아니라 농사에 요긴한 비옥한 토사를 공급하는 축복이었던 나라. 헤로도토스가 '나일강의 선물' 이라고 표현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줄기별로 엮어낸 저작 세 권이 영림카디널에서 이집톨로지 (이집트학) 시리즈로 묶여나왔다.

반세기동안 이집트를 연구해온 전문가이자 루브르 박물관 이집트담당 학예연구관을 역임한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의 '태양을 삼킨 람세스' (1만2천원).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9천원) 와 소설 '람세스' 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크리스티앙 자크의 '태양의 여인들' (1만원) 이 그것이다.

'태양을 삼킨 람세스' 는 16개국에서 번역된 '투탕카문, 한 파라오의 삶과 죽음' 을 비롯, 30여권의 이집트관련 저술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은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의 96년도 저작. 저자는 마치 소설 '람세스' 의 대중적 성공이 불러일으킨 이집트 붐의 신비화경향을 우려라도 하는 듯, "람세스 시대 이집트인의 일상적 삶은 흔히 상상력이 진실을 압도한다" 고 평하면서 "하지만 람세스의 삶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유혹' 은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불쑥 떠오르는 어떤 반짝이는 허구도 능가한다" 고 주장한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 역사상 두번째로 긴 67년의 재위기간 동안 카데슈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나일강 연안 3백90㎞에 걸쳐 7개의 신전을 세우는 등 혁혁한 치세를 기록, 어떤 이집트 왕보다 풍부한 유적.유물을 남겨놓은 주인공.

작가는 이 방대한 사료에 대한 꼼꼼하고도 섬세한 통찰을 바탕으로 람세스의 시대를 한층 풍성하고도 흥미롭게 복원해낸다. 95년 쓰여진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역시 상상력으로 가공되기 이전 날것 상태에서도 한껏 매력적인 이집트문명의 요체를 소개하는 저작. 12궁.파피루스.암소 등 이집트 문명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의 의미를 나일강의 범람을 중심에 두고 풀어낸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와 반대로 이집트 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맛깔난 문체로 요리하는 솜씨가 특색. 이집트 여성들이 현대 여성을 능가하는 사회적 지위를 누렸던 점을 이집트 문명의 매력 요소로 꼽는 저자는 '태양의 여인들' 에서 이집트 문명의 대표적 여신인 이시스.람세스2세의 부인 네파르타리 등 고귀한 신분에서 노예.하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집트 여성들의 삶을 현대의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불러낸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