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특판예금 만기 돌아와 ‘19조 잡기’ 금융사 10월 대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금융시장에서 ‘10월 대첩’이 벌어진다. 지난해 이맘때 은행들이 고금리로 대거 끌어온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또 머니마켓펀드(MMF)와 주식형펀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금의 향방도 관심사다.

◆19조원 정기예금 만기=지난해 10월 한 달간 은행들이 정기예금으로 끌어온 자금은 19조102억원으로 전달 증가분(2조175억원)의 9배가 넘었다. 금융위기로 금고가 비어 가자 은행들이 연 5~7%대 고금리를 주고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한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출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당시 판매한 정기예금의 대부분이 1년짜리”라며 “정기예금의 재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MMF에서 3분기에만 25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에서도 5조8000억원이 환매됐다.

◆은행의 파상 공세=주식시장,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로의 ‘머니 무브’로 곤욕을 치렀던 탓에 은행들은 이번만큼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특판 정기예금의 금리는 6월 말 3% 초반에서 지금은 4%대 중·후반으로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다만 예금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감독당국 때문에 은행들은 특판 정기예금 판매를 눈에 띄게 강조하진 않으려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김병옥 수신상품부장은 “특판 정기예금보다는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이색상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나은행이 9월 초 출시한 ‘369 정기예금’이다. 이 상품은 가입 후 3·6·9개월째 예금을 해지해도 당초 정해진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먹혀들면서 판매 19영업일 만에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자전거 정기예금’은 높은 금리와 함께 자전거 상해보험 무료 가입, 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은 2년 이상 가입 시 연 5%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보험·증권의 반격=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자 보험사들은 저축성 상품에 대한 공시이율을 0.4~0.5%포인트씩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생명의 경우 지난달 전체 공시이율은 연 4.7%인데 이달의 저축성 상품 공시이율은 연 5.2%로 올라갔다. 흥국생명과 동양생명의 저축성 상품 공시이율도 5%대로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특판 CMA의 금리를 4% 후반대로 높이면서 타 금융권 상품에 대항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