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고립 낚시꾼 12명 장애인 부부가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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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일 둑 일부가 유실됐던 연천댐에서 7백여m 떨어진 지역에 고립됐던 낚시꾼 12명을 인근 식당 주인 부부가 민첩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연락, 무사히 구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한탄강 아오리지 낚시터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신용선 (申龍善.46).박정숙 (朴正淑.41.여) 씨 부부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밤 낚시터 입구에 세워져 있던 3대의 차량을 발견했다.

낚시터 쪽으로 내려가 보니 엄청나게 불어난 물과 강 건너편쪽 절벽 중간에 매달린 10여명의 낚시꾼들이 보였다.

이들은 신답리 윤여창 (尹汝昌.44)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구조 인력을 보내달라" 고 부탁했다.

다음날 오전 1시쯤 구조대가 도착하자 구조에 나섰다.

절벽 중간쯤에서 두려움에 떨던 신동수 (辛東洙.50.서울 강북구 수유동) 씨 등 12명은 위쪽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밧줄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30분만에 전원이 안전하게 구조됐다.

申씨 부부 덕에 목숨을 건진 辛씨는 "절벽 높이가 8m여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사람이 절벽 위로 올라갈 땐 발 밑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며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에 폭발물 사고로 오른손을 잃어버린 장애인인 申씨는 "96년에도 연천댐이 유실됐을 때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다" 고 말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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