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시가총액 '반도체·정보통신 천하'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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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들어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총가치라 할 수 있는 주식 시가총액면에서 반도체.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난달 29일 삼성전자가 한국전력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종목' 으로 올라선 것. 우선주를 포함한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으로 볼 때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22일 한전을 앞지른 뒤 한때 자리를 내줬다 28일부터는 다시 격차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개 민간기업이 50조원의 자산에다 자본금 규모가 3조원이 넘는 초대형 공기업인 한전을 시가총액면에서 앞지른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 첫해인 지난 89년말 한전의 시가총액은 13조3천8백33억원으로 포항제철.삼성전자.5대 시중은행 등 당시 2위부터 8위까지 업체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권불십년 (權不十年)' 이란 말처럼 상장 10주년을 십여일 앞두고 1위 자리를 빼앗긴 한국전력은 이제는 3위인 한국통신의 추격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7월말 현재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의 시가총액 차이는 9천억원대에 불과해 한국통신 주가가 1천원 오르고 한전 주가가 1천원만 떨어져도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반도체 테마주 열풍에 힘입어 현대전자는 지난해말 시가총액 10위에서 최근 7위로 상승했으며 현대전자와의 합병이 예정된 LG반도체도 지난해 28위에서 18위로 급부상했다.

올 10월 두 회사가 합병되면 시가총액이 10조원대에 이르러 시가총액 5위인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서게 된다. 만일 통합반도체 법인이 합병 이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기존 '빅5' 로 불리는 핵심 블루칩은 '빅6' 내지 '울트라3 (삼성전자.한전.한국통신) +빅3 (포철.SK텔레콤.통합 현대전자)' 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디지털TV 관련 수혜주로 꼽히고 있는 LG전자가 지난해 15위에서 6위로 올라섰고, 삼성전기가 18위에서 10위, 데이콤이 30위에서 15위, 또한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 중인 삼성물산과 통신장비업체인 LG정보통신이 30위권 밖에서 각각 16위와 20위로 수직 상승하는 등 반도체.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기세가 사뭇 하늘을 찌르고 있다.

증시 주변에서는 단순한 기업순위 경쟁을 떠나 반도체와 정보통신 기업들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전진오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한국전력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것은 차세대 한국을 이끌 산업이 정보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것을 명백히 한 것" 이라며 "이는 앞으로 이들 종목군들의 부각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반면 94년부터 97년까지 시가총액 5위자리를 지켰던 대우중공업은 지난해말 9위로 떨어진 뒤 최근에는 그룹 위기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신한 등 6대 시중은행이 모두 상위 10위권에 안에 들며 위세를 떨쳤던 은행들도 8위인 한빛은행을 빼고는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상장기업들의 부침 (浮沈) 을 실감케 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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