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대책 1년동안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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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해안에 이어 경기북부 등 중부지방도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와 농경지 및 가옥침수 등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바로 1년 전 지리산 기습호우를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경남 거제지방에 무려 6백35㎜의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1년 전 대규모 침수사태를 빚은 경기북부의 연천.파주 일대는 피해복구도 채 안된 상태에서 또 침수 및 매몰사태를 당해 우리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야영객이 곳곳에서 고립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생겨나고, 산사태가 군부대 막사를 덮쳐 병사들이 희생되고, 포탄과 지뢰 등 폭발물이 유실되는 등 피해상황 또한 1년 전 그대로다.

지난 90년 이후 이들 지역에 집중호우는 1~2년 간격으로 되풀이되고 있지만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원시적 수준에 맴돌아 지역주민들을 허탈케 만들고 있다.

게릴라식 집중호우는 거액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도 강우량을 알아맞히지 못했고, 다만 6~7시간 전에 경보를 발해 피해에 좀 더 일찍 대비토록 한 정도라고 한다.

결국 우리의 대비태세가 중요한데 한수 (漢水) 이북의 주요 하천은 1년 전 그대로나 다름없는 수해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임진강.한탄강을 끼고 있는 신천.백석천 등 지천의 관리가 제대로 안돼 있고, 거듭되는 홍수에도 배수펌프조차 설치하지 않고 땜질보수에 급급해 하류주민들은 해마다 침수불안으로 가슴을 조이고 있으니 이토록 한심한 일도 없다.

폭우의 와중에 북한강 상류에서 1백t짜리 골재채취 바지선이 청평댐 쪽으로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댐과의 충돌을 모면한 일은 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 사건이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 상습 범람위기를 겪고 있는 임진강 유역에 대해서는 기상과학적인 원인분석과 대비책도 시급하다.

지난해에는 라니냐 현상으로 돌렸으나 이번에는 설명이 궁하다.

임진강 유역의 3분의2가 북한지역에 있어 예보 자체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무인 강우 레이더 설치와 임진강 수계 (水系)치수사업을 서두르고 필요하면 북한과의 기상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계속되는 집중호우에다 제7호 태풍 올가마저 북상하고 있어 사태는 설상가상이다.

당국은 수해대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재해복구비의 조기집행과 수해지역의 질병과 예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어려운 서민생계에 해마다 수해를 겪어야 하는 이재민들의 고충은 오죽할까. 당국의 근원적 대책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훈훈한 동포애로 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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