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파업유도·경기은 수사 의혹은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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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지검과 인천지검에서 '동시상영' 됐던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 유도 발언사건과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 수사가 30일 같은 날 종영 (終映) 됐다.

두 사건은 시작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어온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秦전부장, 김태정 (金泰政) 전 법무장관, 임창열 (林昌烈) 경기도지사 부부와 최기선 (崔箕善) 시장 등 거물급들이 주연으로 등장했다.

게다가 서울지검엔 검찰 사상 처음으로 수뇌부 지휘를 벗어난 특별수사본부가 세워졌고 인천지검은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대검 수뇌부와 갈등설이 터져나오는 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종 심사평은 "두 사건 모두 검찰이 노력한 것 같지만 사건을 서둘러 봉합한 흔적이 짙고 석연찮은 뒷맛을 남겼다" 는 쪽인 것 같다.

인천지검의 경우 구속된 로비스트 이영우 (李暎雨) 씨가 이희호 (李姬鎬) 여사의 조카인 이영작 (李榮作) 교수에게 로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李교수를 소환 조사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로비 의혹을 받는 인천지역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내사 결과 사실이 아니다" 는 선에서 끝내버렸다.

서울지검도 秦전부장의 1인극으로 결론내렸지만 파업유도라는 엄청난 일을 공안부장 혼자서 사전.사후에 윗선에 보고도 없이 저질렀다는 결론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형사건 수사결과를 동시다발로 발표한 것도 검찰의 고심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 홍보는커녕 어차피 매를 맞을 게 뻔한데 단번에 해치워버리자" 는 의견이 많았고 그것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고 야당쪽의 공세가 강화되는 형국이어서 서둘러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은 제각각이다. 검찰은 최초로 시도한 특별수사본부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한다.

어쨌든 秦전부장의 파업유도 사실을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밝혀냈다.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에 대해서도 법무부 관계자는 "잡음은 많았지만 林지사 부부를 구속하고 崔시장을 소환한 것만 해도 커다란 진전" 이라며 "앞으로 일선 지검의 목소리가 훨씬 높아지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변 (民辯) 쪽에선 "秦전부장의 수사결과는 검찰의 치부를 은폐하고 특검제를 무산시키려는 정치행위" 라며 "공안부장 혼자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특검제가 도입돼야 한다" 는 성명을 냈다.

야당 역시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대한 전면 재조사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건들의 수사를 통해 검찰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은 여러차례 드러났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특검제가 도입돼 검찰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새로 캐낼 경우 검찰은 더욱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검찰의 살얼음판 걷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종혁.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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