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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명절증후군 예방은 준비운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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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에게 필수적인 준비운동은 영어로 따뜻해졌다는 말인데 이 때 기준이 되는 곳은 내장온도라고도 하는 중심온도(core temperature)이다. 대개 입 안, 귓속, 항문 내의 온도를 재어 1도 정도 상승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데 온도재기가 여의치 않아 일반적으로는 정상적인 기후조건에서 숨이 차고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시점의 온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시합이나 연습에서 갑작스런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은 운동 전에 미리 어느 정도 열 받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준비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몸과 마음을 준비하여 운동행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운동 피로와 운동 상해를 예방해 주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최적의 운동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근육과 관절 내부의 온도가 상승해야 인체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몸 근육은 지근(遲筋)과 속근(速筋)의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지근은 붉은 색을 띠어 적근(赤筋)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마라톤 등 장시간 뛰고 달려야 하는 유산소성 운동에 주로 쓰이고, 흰색을 나타내어 백근(白筋)이라고도 하는 속근은 역도처럼 짧은 시간 내에 순간적인 힘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준비운동은 특정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이런 특정근육을 빨리 동원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특정동작을 위한 최적의 신경근육 전달속도가 될 수 있게 도와준다.

관절의 경우 관절을 구성하고 있는 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연골, 인대, 힘줄과 같은 주위의 결합조직인데, 준비운동을 통한 온도 상승은 이들 교원조직의 뻣뻣함이 줄어들어 관절가동범위가 증가될 뿐만 아니라 이들 조직에 고유하게 들어있는 감각수용기를 활성화시켜 운동시에 필요한 민첩성이나 평형성이 증가하여 상해를 예방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서근활락(舒筋活絡)하는데 관절이나 근육이 굳어지면 통증이나 손상이 발생하게 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여야 근육이나 관절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전신의 순환도 잘 된다는 치료원칙이다. 그래서 만일 몸이 따뜻해지지 않으면 외부에서 열자극을 가해서 억지로라도 데워주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만성적인 통증을 치료할 때 핫팩이나 뜸을 비롯한 온열치료를 유난히 중요시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준비운동 얘기를 꺼낸 것은 살림에는 선수들인 우리 어머님들이 한바탕 일전을 치러야 하는 명절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명절이 끝나고 나면 두통을 비롯하여 목, 어깨, 허리,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명절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 우울증상으로 인해 어지럽고 무기력해지거나 소화가 안 된다는 주부들도 허다하다.

이러한 주부명절증후군의 증상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근육과 관절의 통증이다. 장시간 동일한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을 반복함으로서 과로로 인해 근육이 빨리 피곤해지고 관절에 무리가 와서 통증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부의 명절증후군은 운동선수의 과훈련증후군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운동선수처럼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우스개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명절에 음식장만하는 일을 하기 전에도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집 주위를 활기차게 걷고 난 후에 둥글게 모여서서 맨손체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해서 몸을 데워야 한다. 또 운동선수들이 하듯 서로 팔을 맞잡고 앞으로 구부리거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등을 대고 서서 반대편으로 구부려서 전신을 쭉 펴 주는 동작을 해 보면 힘든 명절도 '하하호호'하며 가뿐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몸도 따뜻하게 하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따뜻하게 보내야 할 추석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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