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역사 실력은] 上. "한국사, 한반도에만 국한해선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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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구려 지키기'부터 '과거사 들추기'까지 요즘 우리 사회는 '역사 춘추전국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역사가 요즘처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었을까."

역사교육연구회 정현백(51.성균관대 교수) 회장은 "중앙일보와 함께 한 이번 조사는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우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역사를 구체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역사교육 강화''역사왜곡 강력 대처' 등의 당위론을 되풀이하는 차원을 넘어 '고구려사 사태'를 차분하게 이해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나.

"역사 지식이 부족해 보이지만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단순 암기식 교육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와 당나라를 연결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역사 교육의 가장 큰 숙제는.

"한국사를 한반도 영토 내에 국한시켜 이해하는 게 문제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 예컨대 한국사는 중국사.일본사를 빼놓고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세계를 모르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무엇부터 개선해야 하나.

"중.고교에서 역사는 사회과에 통합돼 있다. 또 고교 과정에서 한국사는 근대 이전과 이후를 따로 가르치는 기형적 구조다. 역사를 독립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전공이 서양사(독일)로 알고 있다.

"국사와 서양사가 영역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 과목 이기주의 차원이 아닌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양자의 구분은 시대착오다. 이미 국사학.서양사학계의 학회 대표가 모여 역사과목이 독립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상태다."

-현행 사회과 통합의 문제점은.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조각 지식을 전하는 데 급급하다. 특히 세계사는 상황이 심각하다."

◇ 특별취재팀=김창호 학술 전문위원.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박정호.배영대.조민근(이상 문화부).하현옥(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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