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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언론 시각] "한국 거품에 취해 개혁 무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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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외 언론들이 연일 대우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요지는 한국 경제가 불안하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개혁밖에 없다는 것. '부채에 찌든 대우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26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여기에다 대우사태는 한국 경제가 가장 걱정하는 재벌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달았다.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높은 부채비율이 가져온 재벌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사태해결 노력과 대우측의 확실한 구조조정 약속에도 외국 투자자와 채권단은 아직도 확실한 신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신문은 1주일 전에 나온 한 보고서를 인용, 만약 채권단이 대우의 구조조정을 신뢰하지 않을 경우 대우는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우가 세계 신흥시장의 잠재력을 낙관한 지나친 차입경영과 무차별 사업확장을 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비지니스 위크는 최신호 (8월 2일자)에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재벌에 대한 강제해산 조치가 대량 실업과 은행권의 부채부담 가중 등의 대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행동을 자제해 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개혁을 사장시키게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한국의 거품 경제가 개혁에 대한 열의를 무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되고 있다" 고 지적하고 "한국 경제는 아직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金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고 주장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25일 지난 23일 종합주가지수가 7.3% 내려간 것과 관련, " (대우사태로) 마치 금융시장에 공황이 도래한 것 같았다" 며 "金대통령 정부는 내년 봄 총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신뢰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대우자동차 처리 문제와 관련, 이 신문은 제너럴 모터스 (GM) 와 같은 외국 업체에 파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그러나 정부도 이를 주저하고 있으며 여론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23일 대우사태로 한국의 주가가 폭락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투자자들이 6백억달러로 추정되는 대우의 부채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어 앞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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