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업체·도둑…끝없는 머리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열쇠기술자와 도둑간에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최근 자물쇠제조업체인 신정기연은 열쇠구멍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이물질' 을 자동차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이 회사가 새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일부 도둑들이 이른바 '전동만능키' 를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이 전동만능키는 간단히 조작하면 구멍이 있는 자물쇠는 거의 다 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만능키의 핵심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달 떠는 철심. 이 철심이 열쇠구멍을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갈고리를 풀어준다. 지난해부터 도둑들이 애용, 경찰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자물쇠업체 알리오는 전동만능키 사용을 원천봉쇄하느라 아예 열쇠구멍을 없앤 디지털 도어록을 내놓기도 했다. 디지털 도어록은 열쇠 대신 비밀번호를 입력, 자물쇠를 풀게 만들어진 자물통. 2~3년 전부터 가정에 본격보급되기 시작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은 원래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고안된 것. 그러나 비밀번호를 깜빡한다든지, 주장치가 고장날 때를 대비해 열쇠를 보조로 이용하도록 설계된 제품이 많다.

신정기연 김창수 (金昶秀) 개발이사는 "극히 드물지만 최근엔 디지털 도어록의 암호를 풀어내는 도둑도 생겼다" 고 들려준다. 이는 같은 비밀번호를 오래 쓰면 특정숫자의 버튼이 닳아 생기는 일.

한 예로 1.5.8.9 네 숫자에 손때가 많이 묻어 있다면 이 네 숫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조합은 24가지에 불과, 도둑이 빠르면 10분 안에 비밀번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열쇠기술자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개발된 작동 일시정지 기능이 그 것. 예컨대 서너차례 틀린 번호를 집어 넣으면 주인이 설정해놓은 시간은 꼼짝도 않는다.

예컨대 주인이 5분으로 설정해뒀다면 5분간은 열쇠가 아예 작동하지 않아 5분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열쇠구멍을 찾는 불청객을 원천적으로 막는 또 다른 기술은 반도체 칩을 이용한 지문인식 자물쇠. 지문 특색을 기억, 손가락을 갖다대야만 걸쇠가 풀린다.

지문인식자물쇠 중에는 또 첨단광학기술을 이용해 지문정보를 저장하는 것도 있다. 이들 열쇠는 오차가 십만분의 1 정도로 적어, 사실상 도둑이 열쇠를 부수지 않고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밖에 호텔 등에서 흔히 쓰이는 자기 (磁氣) 를 이용한 카드키, 직원의 신분증을 겸한 억세스키 등에도 첨단과학이 녹아있어 도둑들로서는 갈수록 어려운 기술과 싸워야 할 처지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