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소환투표’ 앙금 남은 제주 “이제는 갈등 씻자” 화합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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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화합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도의회에서 해군기지 논란에 따른 갈등 해결과 지원책 마련 등을 주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영하]


해군기지 논란 끝에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해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 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제주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낳았던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하지 못해 주민소환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털건 털고, 해결책을 찾자”는 화합의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후유증·갈등 지금도=지난달 2일 밤 해군기지 조성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동의 한 슈퍼마켓 앞에 경찰이 출동했다. 술에 취한 이모(43)씨가 가게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한 마을 이웃이지만 “가게 주인이 해군기지를 찬성해 평소 불만이 많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마을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한마디로 흉흉하다”고 마을 주민간 불화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15일 해군이 기지 기본설계를 공개하고 연말 착공을 목표로 토지보상에 들어갔지만 토지 소유주도 반발하고 있다. 토지주 120여명은 “터무니없이 낮은 감정가를 제시하며 막무가내로 땅을 팔라고 한다.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중앙·지방정부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로 시민단체들이 고심 끝에 주민소환에 나섰던 것”이라며 “반성할 대목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지금 같은 짜맞추기식 사업 추진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처 치유와 화합 필요”=지역 여론 주도층이 화합·중재에 나서는가 하면 갈등 해결방안 제시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안보상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수용이 불가피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의 희생에 상응하는 지원도 필요하다”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 위한 제주지원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제주도 등에 요구했다. 이연봉 제주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논란을 지속하기보다 이제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책사업인 만큼 더 엄격한 법 준수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원로 등으로 구성된 도민대통합추진위원회도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지역의 희생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며 경기 평택 미군기지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사례에 준하는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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