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점수 부풀리기 심각…쉬운 문제 내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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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음중 전체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삶을 산 두명은? ①정주영②노태우③예수④전두환⑤안창호 (서울K여고 1학기 중간고사 윤리문제)"

올들어 고교 1학년 중간.기말고사에는 이같이 초.중학생도 답을 맞힐 수 있는 문제들이 쏟아져 나와 학생들의 학생부 성적 높여주기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학년 대입 무시험 전형에 해당되는 고1 학생부터 학생부 성적을 매길 때 절대평가제가 적용되는데 이에 따라 일선 고교들이 초.중학생 수준의 문제를 내 학생들에게 점수 잘 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

M고의 기말고사 공통과학 문제도 문항만 잘 읽어보면 한번에 답을 알 수 있다. 감각기와 적합 자극을 묻는 문제에서 '시각기 - 음파, 미각기 - 빛' 등은 틀린 문항인 반면 '후각기 - 기체 화학물질' 이 답이다.

E여고 국어문제는 "다음중 서적을 읽을 때 생기는 결과가 아닌 것" 인데 답은 "세계적인 재벌이 될 수 있다" 다.

이밖에 서울 D여고의 수학시험에는 '두 집합 A= (2, 3, 5, 7) , B= (1, 3, 5) 의 교집합 (A∩B) 을 구하라' 는 초등학생용 문제가 나왔고 서울 K고의 경우 국어 기말고사 문제 32개 가운데 30문제가 '맞음 ().틀림 (×)' 으로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쉽게 출제하기로 인해 부산 J고 1학년 국사과목의 경우 지난해 1학기에서 '수' 를 받은 학생이 60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1백60명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원영 (高元永) 학교정책과장은 "2002학년 입시때 대학들이 석차 백분율을 반영하도록 적극 권고하고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점수 부풀리기를 실시하는 일선 학교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도록 조치하겠다" 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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