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는 착 달라붙는 유니폼으로 화려하게 포장됐지만 내용은 근육질
남자농구를 닮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팀이 남자농구와 다름없는 '파워농구' 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현대산업개발에 1백14 - 89로 크게 패한 중국 랴오닝성팀의 리미원 감독은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고 했다.
센터들을 보면 여자농구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동안 여자농구 센터들은 대개 '하이 포스트 게임' 이 본업이었다.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슈터를 위한 스크린을 만들고 패스를 갈라주는 역할이다.
박찬숙.성정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요즘 센터들은 우선 골밑에 자리를 잡는다.
가드가 투입하는 패스를 받아 슛하거나 2선에서 침투하는 포워드들에게 짧은 패스를 넘겨준 후 곧바로 상대팀 센터와 리바운드를 위한 몸싸움에 들어가는 '로 포스트 게임' 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겨울리그 우승팀 신세계는 주전 센터 정선민의 부상 결장에도 불구하고 포워드 장선형을 골밑에 배치, 로 포스트 게임을 고집한다.
현대는 강지숙, 국민은행은 이경순이 같은 임무를 맡는다.
이같은 변화는 3쿼터에만 지역수비가 가능하도록 한 경기규정 때문이기도 하다.
1대1 대결 위주로 경기가 펼쳐지므로 공격수는 수비수 1명만 돌파하면 슛이나 패스 기회를 잡는다.
따라서 림 가까운 곳에서 공격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물론 삼성생명처럼 센터 정은순을 하이 포스트에 포진시키는 팀도 있다.
유영주.박정은.왕수진 등 국가대표급 포워드들의 공격력이 워낙 뛰어나고 정은순의 체력이 달리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허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