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한배탄 DJ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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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 '신당 창당 추진' 등으로 정국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국운영의 한복판에 서있는 DJT (김대중 - 김종필 - 박태준) 의 직접적 부담도 그만큼 커져 간다.

물꼬 터진 정치질서 재편의 현장에서 이들은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혼자만의 결정' 을 계속 내리고 있다.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TJ) 총재의 측근은 "세 사람은 공동정권 탄생과정에서 황금 트리오로 일컬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강한 운명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고 전했다.

朴총재가 정계개편 추진을 공식확인해 준 것에 대해 무척 곤혹스러워한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측도 "감정의 곡절은 있을 수 있겠으나, 두 사람 사이엔 한치의 간극 (틈) 도 없다" 는 점을 강조했다.

내각제 연기와 정계개편 추진 드라마의 기획.연출가는 역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다. 金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3박4일간의 이른바 '청남대 (대통령 휴양지) 구상' 에서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결행하기로 최종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1~2주 간격으로 단독회동을 했던 朴총재에게 신당 구상을 꾸준히 '입력' 시켜온 것으로 전해졌다.

朴총재는 이에 따라 당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예상됐던 격한 반발과 통합임무 완수 사이에서 중압감에 시달려 왔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더구나 JP의 최종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리에 통합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하는 2중의 부담을 안아야 했다.

뭐니뭐니 해도 세사람 중 가장 마음고생을 하는 측은 金총리인 듯하다. 자신이 했던 말을 번번이 뒤집을 수밖에 없는데다 수족처럼 따르던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것이다.

내각제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金총리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 "합당 운운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라 (4월 12일)" 고 의원들을 향해 공개 경고한 게 불과 3개월 전이었다.

이런 심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DJT 삼각관계가 항상 좋은 관계일 수만은 없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특히 朴총재측은 "JP가 중요한 현안을 스스로 떠안지 않고 당에 넘기려 한다" 는 불만을 삭이고 있으며, 金총리측은 TJ를 향해 "당의 책임을 맡았으면 확실하게 당을 이끌고 가야지 자꾸 기대려 한다" 고 못마땅해 한다.

이같은 미묘한 정서적 갈등이 정국 흐름을 뒤바꿔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3자 모두 "공동정권은 절대로 흔들려선 안된다. DJT의 일각이 무너지면 모두 무너진다" 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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