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주회사 중심축 삼아 '대기업나누기'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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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는 대우그룹의 자구계획 발표를 계기로 재무개선 중심의 재벌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재벌개혁의 2라운드로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지주회사의 설립을 적극 유도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키우며 사외이사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 정부안에서도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재경부와 공정위는 이번주 안에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문제 등 현안에 대한 실무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 지주회사 설립 유도 = 재경부는 선단식 재벌구조를 풀기 위해선 사업은 하지 않고 주식만 갖고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지주회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벌 총수들은 지주회사의 대주주 자격으로만 그룹을 이끌고 그 아래 자회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경영토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재경부는 내년부터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돼 그룹 내부거래의 실상이 드러나고 외국인의 지분취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벌 총수들이 지주회사 제도를 '퇴로' 로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재경부는 지주회사 설립이 보다 쉽도록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1백%이내 제한 등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자회사가 법인세를 낸 만큼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의 생각은 다르다.

공정위는 자회사간 순환식 출자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하면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들이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만 늘리는 재벌확장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마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주회사 설립 완화는 내년 결합재무제표 작성 성과를 지켜보고 기업 내부거래에 대한 제한을 보다 철저하게 한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 재계는 세금감면 외에도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1백%이내 유지, 자회사 지분 50%이상 보유, 손자회사 보유금지 등과 같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지주회사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 정부는 현재 민간 주도로 진행중인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원회는 8월말 초안 마련을 목표로 현재 ▶의결권 행사와 기업정보 취득을 쉽게 하는 주주총회 활성화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통한 소수주주의 경영참가 기회 확대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리면서 선임을 공정하게 하는 이사회 활성화 등의 방안을 준비중이다.

재경부는 이와 별도로 대형 상장회사와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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